다시가는 국토종주, 삼량진 - 을숙도하구둑

2017. 9. 20. 20:38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다시가는 국토종주, 삼량진 - 을숙도하구둑


라이딩 일시 : 2017년 8월 4일 (9월 20일 작성)

이동 거리 : 100.47 km (평균 속도 : 18.7 km/h) [남지읍 - 을숙도하구둑 전체 구간]

 

남지읍 - 창녕함안보 - 밀양강 - 삼량진 - 양산 -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 - 을숙도하구둑인증센터 - 남천동 - 노포동 터미널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으니 이제 부지런히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어제보다 훨씬 날씨가 더워서 등이 매우 따갑다. 사진의 파란 하늘과 초록색 풀이 시원해보여 마치 가을 날씨 같지만, 실제로는 한창 더운 여름이었다.

어느새 김병년 목사님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지금부터는 길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므로 따라가지 않았다.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길을 달린다. 드넓은 자전거길을 우리만 달리는 즐거움은 자전거로 빽빽히 가득찬 한강의 자전거길에서는 경험하기 어렵다. 이런 기분을 서울에서 느끼려면 12월이나 1월에 자전거를 타야 한다.

재미난 사진을 찍기 위해 형들을 구슬려 포즈를 요청하였다.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지 형들의 자세가 매우 역동적이다. 사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재미난 사람들과 5일 동안 자전거를 타니 긴 국토종주도 빨리 끝나는 기분이다.

비슷한 길이 계속 반복된다.

전/후방에 위험요소가 전혀 없으니 계속 사진을 찍어보았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자세.

여행 3일차까지는 별 문제 없었는데, 4일차부터는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패드속옷을 입고 탔는데 착화감이 별로 좋지 않아서 속살이 많이 쓸렸다. 게다가, 캐논데일의 순정안장 (프롤로고)가 내 엉덩이와 잘 맞지 않아서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안장통을 많이 느꼈다. 이 자전거를 타기 전까지 안장통을 느낀적이 거의 없었다. 2년 동안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되지 않아 안장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자전거길 중간에 그늘이 있다. 이렇게 좋은 그늘을 그냥 지나가기가 너무나 아쉬워서, 잠시 멈춰 주위 경관을 담았다.

왔던 길도 돌아본다.

먼저 간 목사님과 합류하였다.

3년 전쯤에는 여기 나무 부근에서 쉬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예전에 쉬었던 장소에서 또 쉬면서 추억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도착 시간이 촉박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1차선 도로라 주의해야 한다.

다시 넓은 도로로 합류하였다.

이번에는 셋이서 같이 사진을 찍어보기로 하였다.

길 왼쪽으로 커피를 파는 푸드트럭이 보인다. 커피를 매우 사랑하는 목사님이 그냥 지나갈리가 없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마침, 목도 마르니 시원하게 커피 한 잔을 먹고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가지런히 거치대에 걸어두고 바로 그늘로 직행하였다.

커피에 관심이 많은 태형이형의 말로는 꽤 괜찮았다고 한다. 나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얼음이 적었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핸드폰을 보니 폭염주의보 알림이 와 있었다. 어제도 이 때쯤에 알림이 왔던 것 같은데.

엄청난 더위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비가 많이 왔던 첫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꽤 많았다. 어차피 탈 사람은 날씨가 어떻든 그냥 타는 듯 하다. 다만, 열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꼭 준비를 잘 해두자.

남은 얼음을 모두 털어넣어서 시원한 얼음물을 만들고, 다시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를 향해 출발한다. 삼량진의 나뭇길부터 인증센터까지 거리가 10km가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전체 구간중에서 가장 힘겹게 느꼈던 곳이었다.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가 3km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토록 인증센터 안내 표지판이 반가웠던 적이 별로 없었다.

우뚝 솟은 산을 보니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시키는거 다 들어주는 참 좋은 형들이었다.

이 우정 변치 않기를 기원해본다.

한 여름의 햇빛이 몸시 아름다워서 셔터를 무성의하게 눌러도 그림같은 장면만 나온다. 과연 그럴까? 그래도 측광은 똑바로 해야한다.

1km를 남겨두고 다시 나무 데크길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나무 데크길이기도 하고, 을숙도 하구둑으로 가까워지면서 풍경으로부터 오는 감동도 적으니, 여기서 최대한 만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조용한 자전거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다.

이 구름, 실화입니까?

500m 밖에 남지 않았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 자전거야.

아까 나에게 길을 물었던 외국인과 또 만났다. 이번에도 부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본다. 20km 정도 남았고, 2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하니 고개를 저으면서 3시간이 걸린다고 엄살을 부린다. 을숙도 하구둑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우리한테 축하도 해줬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인증샷도 같이 찍었다.

휴식을 마치고, 마지막 인증센터가 있는 을숙도하구둑으로 출발한다. 정겨운 시골길과 같은 길은 끝나고 저 멀리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과 구름, 하늘만으로도 이렇게 예쁘다.

공원을 거쳐서 가다보니 길이 구불구불하다. 게다가 몇 군데는 지역 행사로 인하여 길이 통제되었는데, 우회도로의 설명이 부실해서 길을 헤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구름. 그러나 막강한 열기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목적지까지 20km도 안남았는데, 굉장히 페이스가 더디다.

아직 11시가 조금 넘었기에, 목적지까지는 12시 30분 이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찍 출발하기를 정말 잘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이 곳에 2시쯤에 왔을텐데, 더위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운 라이딩이 됬을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이제 부산에 도착했다는 생각이 드니 아쉬움이 몰려온다. 길었던 여행이 순식간에 끝나버린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까?

공사로 인하여 원래 길이 페쇄되었다. 정식 자전거길이 아닌 우회로를 이용한 덕분에 거리를 조금 절약하였다. 그래봤자 1km는 될까?

강에 비친 구름의 반영을 보니 장노출로 촬영하고 싶었다.

아스팔트로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로 바뀌었다. 3년 전과는 다르게 뒤에서 바람이 밀어준다. 날씨가 더워서 힘들지만 체력의 여유가 있고, 뒷바람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드디어 부산에 입성하였다. 3년전에는 여기서부터 정말 힘들었었는데, 이 번에는 이렇게 순탄하게 여행이 마무리 되는 것인가? 그럴리 없다.

가로수 사이의 자전거길을 지나간다. 서울과는 다른 자전거길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 3년 동안 나무가 꽤 자란 것 같다. 나무들이 계속 무럭무럭 자라서 사람들을 위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전에 아마 가지치기 할껄?

3년전에 쉬었던 다리 밑에서 또 쉰다. 그때도 바닥에 그냥 드러누웠는데, 이 번에도 여지없이 바닥에 누웠다. 이제 10km도 남지 않았다.

자전거야, 힘드냐? 나만 힘들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하였다.

을숙도하구둑에 가까워질수록 자전거길의 상태가 나빠진다. 도로의 폭도 점점 좁아지고, 포장 상태도 나빠지며, 노선 안내도 부실해진다.

도보와 자전거길이 명확하게 구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리기보다는 주의를 집중하며 천천히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비교적 시원한 나무길 구간으로 진입하였다. 이제 6km 정도 남은 것 같다. 12시 30분이 되려면 20분 정도 남았는데, 일행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물통의 물도 거의 없고 갈증도 점점 심하게 느끼는 데, 마땅히 물을 살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한 겨울이라면 그냥 목적지까지 가서 보급을 했겠지만, 지금 이런 어마무시한 더위에 을숙도하구둑까지 물 없이 가기는 무리한 라이딩이라고 판단하였다. 조금 늦게 가도 좋으니 안전하게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쉼터에 자전거를 던져놓고, 태형이형과 같이 주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왔다. 

편의점에서 이온음료 500mL 4병과 1.5L 물 한 통을 산 뒤 복귀하였다. 1년에 이온음료를 한 병 정도도 잘 먹지 않는데, 너무 더워서 파워에이드를 폭풍 흡입하였다.

태어나서 먹은 파워에이드 중 가장 맛있었다.

이온음료와 물로 수분과 당분을 보충하니 슬슬 호랑이 기운이 다시 솟아난다.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마지막 6km는 페이스를 올려서 빠르게 이동하기로 하였다.

낙동강하구의 도로상태는 매우 나쁘다. 여기까지 왔으면 사실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일텐데, 노면이 쓸데없이 푹신푹신하다. 덕분에 라이더의 체력고갈을 더 심하게 만든다.

5km를 남기고 태형이형의 자전거에서 '펑' 소리가 난다. 결국에, 타이어가 찢어져버렸다. 그 동안 타이어가 찢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 천천히 달렸는데, 페이스를 조금 올렸더니 타이어가 버티지 못하고 찢어져 버렸다. 일단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성진이형과 김병년 목사님을 을숙도로 먼저 보내고, 나와 태형이형이 수습을 해보기로 하였다.

1000원짜리 지폐로 응급 수리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실패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충주에서 산 미니벨로용 튜브는 451mm 규격이 아니라 406mm 규격이라 튜브도 맞지 않았다. 분명히 451mm규격을 달라고 했는데, 맞지 않는 규격을 우리에게 팔았다.

튜브를 억지로 늘려서 넣었는데 별의미는 없었다. 수리를 포기하고 콜밴을 불렀으나, 우리의 위치를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결국, 형은 택시를 타고 을숙도하구둑으로 이동하고, 나만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다.

튜브박스만 버리지 않았더라면 충주에 다시 가서 환불했을텐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매우 열이 받는다.

3년 전과 다르게 체력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머리를 땅에 박고 전속력으로 을숙도하구둑을 향하여 질주해본다.

이제 도착지까지는 1km도 남지 않았다.

드디어 을숙도하구둑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양산물문화관 인증센터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우리의 도착을 축하해주었다.

아라뱃길 - 양평 구간을 미리 찍어온 성진이형은 인증센터에서 종주 인증도 완료하였다. 시원한 콜라를 마신 뒤, 인증사진을 찍으러 인증센터 앞으로 이동하였다.

터져버린 타이어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자전거의 앞 바퀴를 제거한 채 종주완료 사진을 찍은 태형이형.

우리들 중 가장 불리한 조건의 자전거를 소유했지만, 강력한 체력과 엄청난 인내심으로 종주를 완료한 성진이형.

갑자기 합류했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종주를 완료한 김병년 목사님.

이번 국토종주의 도전자였던 성진이형과 김병년 목사님은 결승점에서 별도의 인증샷을 찍어드렸다.

안타깝지만 내 사진은 없다. 내가 인증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외국인들은 나에게 길을 또 물어보았다. 제법 긴 답변을 끝낸 뒤 목사님, 성진이형, 태형이형의 개인 사진을 찍자마자 콜밴이 도착했고, 단체사진을 찍은 뒤 자전거를 분리해서 차에 싣느라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꼼꼼히 자신의 위치를 체크하는 일행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국토종주가 종료되었다. 점심으로는 목사님의 친구분이 하는 연어전문점에 들렀다. 전날에는 분명 일식집이라고 소개해주셔서 매우 기대했는데, 가게에 가보니 연어전문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국토종주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연어를 먹지 못하기 때문에, 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다.

후식으로 먹은 녹차빙수의 맛이 엄청났다. 점심을 먹지 못해서 실망한 마음이 녹아서 없어질 정도의 맛이었다. 핸드폰으로 대충 촬영하려 했으나, 그러면 팥빙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닸다. 더불어 시킨 팥죽도 엄청 맛있었다. 팥죽은 나중에 겨울에 와서 한 번 더 먹어봐야 겠다.

이제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전주에 있는 친구집에 방문하기로 해서 목사님과 성진이형, 태형이형은 서울로 먼저 복귀하였다.

4박 5일동안 고생한 서로를 격려하며 헤어졌다.

다시가는 국토종주도 이렇게 마쳤다. 첫 날 하루종일 비도 맞고, 자전거를 탄 뒤 가장 심한 낙차도 경험했지만,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진행되었던 4박 5일의 라이딩은 여러가지 이야기거리와 추억을 남겼다.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한 국토종주의 여운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함께 달릴 수 있는 날이 또 있겠지. 그 때에는 이 번 종주에 함께하지 못했던 욱현이형, 그리고 태웅이형, 명범이와도 함께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다시가는 국토종주를 마치며 성진이형과 태형이형에게 매우 긴 휴가를 허락해주신 두 형수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