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가는 국토종주, 강정고령보 - 적포삼거리

2017. 9. 14. 19:14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다시가는 국토종주, 강정고령보 - 적포삼거리


라이딩 일시 : 2017년 8월 3일 (9월 14일 작성)

이동 거리 : 91.58 km (평균 속도 : 17.9 km/h) [강정고령보 - 남지읍 전체 구간]

 

강정고령보 - 달성보 - 달성보 인증센터 - 다람재 우회길 - 현풍산업단지 - 무심사 우회길 - 합천창녕보 -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 적포삼거리 - 박진고개 우회길 - 영아지고개 우회길 - 창녕군 남지읍

 

네 번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전날 일찍 잤더니 몸이 개운하다. 오늘은 국토종주에서 악명이 높은 무심사, 다람재, 박진고개, 영아지고개의 고개 4종 세트를 넘어야 하는 날이다. 3년 전에는 우회길을 이용해서 이번 국토종주 때는 우회하지 않고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남지읍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고, 35도에 가까운 폭염이 예상되어 이 번에도 우회로를 선택하였다. 어? 이러면 국토종주를 또 가야하잖아? 자전거 바꿔야 겠다. 누가 고행에 같이 동참할 것인가?

우회로를 이용하더라도 넘어야 할 언덕의 난이도가 낮아질 뿐이지, 언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어쨌든 고생이란 말이다. 어제 만난 목사님의 친구분들이 오늘 아침을 준비해주셔서 평소보다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4일차인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계획대로 8시 이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디 아크 (The arc)

드디어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화살이 바닥에 쳐박힌 형상의 조형물이 있어 담아보았다. 과연 이 특이한 조형물은 무슨 의미일까? 또,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위험 요소가 거의 없는 평탄한 지형으로만 달리다보니 잡생각이 많아졌다.

어제와 비슷한 코스가 이어진다. 다만, 대도시인 대구 근처라 자전거길이 시멘트가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마치, 편의점 없는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느낌이다. 팥 앙금 없는 팥빵 먹는 느낌 편의점이야 말로 한강 자전거길의 보물입니다.

라이딩을 시작한지 1시간이 안 되서 웜업(Warm-up) 중이었는데, 김병년 목사님이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목사님은 몸이 빨리 풀리는 스타일이신가? 아니면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답답하셨나? '어차피 우리가 안 보이면 목사님도 천천히 가시겠지'란 생각으로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30분 밖에 자전거를 타지 않았는데, 어제와 느낌이 비슷해서 벌써 힘들어지려고 한다. 그래도 3년 전의 기억보다는 괜찮았다. 3년 전에는 나무와 풀도 별로 없었고, 안개가 가득한 회색 하늘을 보며 이 곳을 지나갔었다. 그 때는 정말 다람쥐가 챗바퀴를 돌리는 기분으로 자전거를 탔었다. 다람쥐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지?

정자가 있어 첫 번째 휴식을 취했다.

햇살이 화사하다. 8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땅에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 큰일이다.

정자에 누워서 느긋하게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멍 때리고 싶었지만, 이제 다시 출발할 시간이다.

출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찰나에 성진이형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목사님은 어느새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셨다. 길도 평탄하고 위험요소도 없기 때문에 따라가지는 않았다. 계속 똑같은 길이 반복되니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냥 자전거만 타기는 심심해서, 형들을 구슬려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보았다.

갑자기 정면 사진이 찍고 싶어졌다.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멀리 사라진 목사님을 따라잡았다. 사진은 찍었지만 역광 사진이여서 이미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면 샷은 포기하고, 목사님의 뒷모습이라도 남겨보기로 했다.

성진이형과 태형이형의 사진도 찍었는데, 이미지 상태가 역시 좋지 않다. 그냥 카메라로 찍을 걸 하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형들과 다시 합류한 뒤, 목사님을 따라잡기 위해 페이스를 조금 올렸다. 사진은 펠로톤(그룹)에 흡수되기 약 5초 전의 목사님의 모습이다.

시멘트 길로 바뀌어 노면 상태가 다시 나빠졌고, 체력을 아끼기 위해 천천히 주행하였다. 천천히 가니 주변 경치가 잘 보인다.

오늘의 첫 번째 인증센터, 달성보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달성보 전에는 약간의 오르막이 있다. 사실 이 정도는 평지로 봐도 무방하다.

매 번 똑같은 자세로 인증샷을 찍어서, 이번에는 특이한 자세로 찍어보기로 했다.

목사님의 가족(누님)이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그냥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달성보의 편의점에서 접선하기로 하였다.

달성보의 전경

달성보 인증센터 부스에는 다람재와 무심사의 우회경로를 안내하는 지도가 있다. 다람재와 무심사 길은 노면이 좋지 않다고 한다. 산악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상관없지만, 하이브리드나 로드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다람재와 무심사는 반드시 우회할 것을 추천한다. 끌바해서 갈 거라면 굳이 우회할 필요는 없다.

달성보의 전망대가 보인다. 보통 국토종주를 하면서 전망대를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전망대 아래에는 편의점이 있다. 구미보 아래부터는 각 보마다 편의점이 존재한다. 중간중간에 마땅히 보급할 장소가 거의 없으니 편의점에서 반드시 보급하도록 하자.

편의점에서 바라본 달성보의 전경.

망원 초점거리로 촬영해보았다. (35mm 환산 75mm)

달성보에서 약 30분을 기다렸는데, 목사님의 누님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여 다시 연락을 해서 확인해보니 직장이 강정고령보 근처라고 한다. 아쉽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에, 편의점에서 물을 산 뒤 바로 출발하였다.

다람재 우회를 위해 현풍산업단지를 지나야 한다. 처음 500m 정도는 지나가는 차량이 많고 도로의 포장상태가 불량하여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구간만 벗어나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다. 일반 도로는 포장이 잘 되어있어서 자전거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낙동강 자전거길의 경우 정식 자전거길만 따라가지 말고, 우회도로를 잘 이용하면 체력소모와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일반 도로를 벗어나 우회 자전거길로 진입하였다.

길이 복잡하지만 지도 앱(네이버지도)을 참조하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GP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내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야할 길을 잘 보여준다. 3년 전에는 지도와 스마트폰의 조합으로 길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지도를 거의 펴지 않았다.

우회로를 거쳐 다시 자전거길에 진입한 뒤, 이노정(대구문화재자료 제30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푸른 하늘과 초록색의 조화가 좋았는데, 너무 더웠다. 여기서 쉬면서 점심을 먹을 곳을 고민하였다. 우리는 적포삼거리 주변에 식당이 몇 개 있으니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결정하였다. 달성보 - 합천창녕보 구간에는 딱히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을 찾기 어렵다. 혹시나 이 구간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면, 달성보 부근 현풍산업단지나 창녕함안보를 지나 적포삼거리에서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 구간에서는 변변한 식당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를 대충 바닥에 던져 놓았다.

'힘들고 지쳐보이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 사진을 본 누군가는 아이스크림 값이라도 후원하지 않겠냐?'고 목사님이 이야기하신다. 그리하여, 매우 힘들어 보이는 사진을 인위적으로 찍어보았다. 정면의 모습도 찍었지만 우리 일행의 연기력이 별로라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그냥 우리가 사먹어야 할 것 같다.

내리막길 이후의 나무 데크 길. 분위기가 좋아서 잠시 멈췄다. 

물론 이 길 뒤에는 매우 흉악한 경사도의 짧고 굵은 언덕이 숨어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하마터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갈 뻔 했다.

흉악한 경사도의 언덕을 오르고 다시 평범한 낙동강자전거길로 복귀하였다.

평범한 시골길을 계속 달린다.

갑자기 기억에 남는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의 풍경은 매우 평범해서 딱히 기억할만한 길은 아니지만, 기억하게 된 이유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3년 전 이 곳에서 명범이가 '형, 저 밟아도 되요?' 란 말과 함께 스프린트를 시작했만, 매우 짧은 시간에 태형이형에게 따라잡혀 일행에 흡수되었다. 역시 굇수는 뭔가 다르다 그 때가 생각나니 다시 신나게 밟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오늘은 날이 너무 더웠다.

합천창녕보 - 창녕함안보 구간에서는 심심찮게 녹조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무심사 우회길은 표지판과 함께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경치 좋은 시골길도 지나가본다. 먼저 간 일행들이 보이지 않아서 계속 속도를 올려보지만 좀처럼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거지?

그늘 없는 땡볕의 라이딩은 고되다.

태형이 형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쯤 갔냐고 물어보니 우회로 표지판을 보지 못해 무심사 길로 올라갔다고 한다. 다행히, 얼마 안 가서 우회로가 아닌 것을 알아차려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기다리고 싶었지만, 그늘이 없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합천창녕보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출발하였다.

저 멀리 합천창녕보의 모습이 보인다.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합천창녕보의 전경. 미리 주변 사진을 찍어두고, 목사님과 형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 멀리 일행들이 오고 있다.

레이스와 같은 한 장면

카메라 앞에서 각자의 포즈를 취해준다.

즐거운 표정의 목사님

성진이형과 목사님의 거리가 애매해서 형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사진 찍힐 줄 아는 태형이 형은 천천히 올라와줬다.

덕분에 근접해서 촬영할 수 있었다.

다시 보니, 보거스를 좀 닮은 것 같다. 아저씨 인증을 이렇게 하나요.

형과 목사님의 인증샷을 마지막으로, 편의점으로 직행하였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

시원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복숭아티로 당분과 수분을 동시에 채웠다. 콜라와 복숭아티를 고민하다 복숭아티를 선택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얼음이 든 콜라가 훨씬 만족감이 높았을텐데. 벌써 12시가 지났는데, 오늘 점심을 먹기로 한 적포삼거리까지는 약 10km 정도가 남았다. 

얼음과 물을 물통에 채워놓고, 점심을 먹을 식당을 향해 출발하였다.

합천군에 진입하였다.

합천 창녕보의 모습을 다시 담아보았다. 지금까지 지나갔던 수많은 보 중에서 가장 못생겼다.

다시 낙동강 옆으로 난 자전거길 길을 따라 간다. 우회로를 많이 이용하면 강 주변으로 달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어제 봤던 경치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강의 모습이 반갑다.

비슷비슷한 경치의 낙동강 길이지만, 창녕 근처의 풍경이 가장 괜찮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 돌아가지 않는 바람개비가 보인다. 아 덥다.

다리를 지나가며 오른쪽을 둘러보는데, 순간적으로 보이는 경치가 몹시 아름다웠다. 3년이란 긴 시간동안 나무와 풀이 무성히 자라서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뜬금없는 나무 데크길이 나타난다.

나무 데크길을 다 지나면 산으로 둘러쌓인 도로가 나타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함, 주위를 둘러싼 산이 주는 웅장함, 그리고 높은 하늘과 탁 트인 시야가 주는 시원함이 공존하는 길이다. 나와 성진이 형 모두 이 길이 주는 분위기에 감탄하였다.

사진으로 100%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이 느낌을 담아보기로 했다.

태형이 형의 모습도 담아보았다.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하늘의 채도가 떨어져 실제의 하늘보다 밋밋하게 나왔다.

앞서 갔던 목사님의 모습도 담아본다.

정면 샷을 찍어드린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하신다.

여러구도로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였다.

노면이 아스팔트가 아니어서 조금 불편했지만, 이런 엄청난 풍경 앞에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하였다.

확실히, X-Pro1의 하늘색과 초록색이 진하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돌아서 촬영하였다.

기가막힌 풍경의 길이 끝나면 도로 옆쪽 길로 합류한다.

아스팔트지만 관리가 잘 안되서 노면이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저 멀리 적포교가 보인다.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이 있는 적포삼거리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언덕이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삼일 동안의 라이딩을 통해 언덕을 오르는 데 익숙해져서 잘 오르기 때문이다.

언덕을 다 올라와서 내려다 본 낙동강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니,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박진고개를 오른 뒤에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회로를 이용하지 말고 박진고개를 넘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