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 01:53ㆍ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천년고도, 경주 첫 날
라이딩 거리 : 30.23km
라이딩 일시 : 2015년 11월 30일
라이딩 평균 속도 : 19.00km/h
(두 달동안 다닌 토익학원에 옥상에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진짜 공부하기 싫었다, 소니 Z1)
9월 초 귀국 이후, 퇴사를 앞두고 정신없이 업무를 마무리 하느라 좋은 날씨에도 라이딩을 하지 못했다. 퇴사 후에도 여러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고, 만료 된 토익 점수를 다시 얻기 위해 정신없이 살았더니 11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11월 말, 불행하게도 D모 건설사의 면접전형에서 탈락하였고 토익 학원도 2달 과정을 모두 마무리 하였다. 새 자전거도 샀는데 취업준비를 하느라 3개월 동안 자전거를 못탔고, 면접전형 탈락의 아쉬운 마음을 달랠겸 경주로 라이딩을 떠났다.
왜 경주였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숙소를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절친한 형이 경주에 있는 한 호텔의 프론트에서 일하고 있었고, 주말만 피하면 언제든지 방을 잡아줄 수 있으니 놀러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12월부터는 꽤 바람이 차기 때문에, 따뜻한 남쪽 지역이 아니면 50km이상의 중거리 라이딩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후보지로는 경주와 전주가 있었다. 그러나, 전주에 있는 친구는 회사를 옮긴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적응하느라 꽤 바쁜 상태였다. 새출발을 하는 친구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전주행은 다음으로 미루고 경주로 행선지를 결정하였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할까? 하는 계획을 출발 전 날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숙소의 위치가 보문단지라는 사실 하나만 결정된 상태였다.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해 본 결과 보문 단지 이전에 시내에 대다수의 관광지가 몰려있고, 보문단지를 지나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르는 언덕 코스가 경치도 좋고 난이도도 무난해보였다.
최종적으로, 경주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보문단지를 거쳐 짐을 내려놓고,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경주 시내로 나누어서 1박 2일 동안 라이딩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하며, iPhone 5S)
하루 전 날에는 자전거를 타기 꽤 추운 날씨였는데, 막상 출발일이 되니 날씨가 따뜻하다. 가벼운 패딩을 입고 경주로 출발하는 차를 타기 위해 동서울 터미널로 간다. 원래 계획은 자전거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집으로 놀러온 친구가 동서울터미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해서 계획이 변경되었다. 오랜만에 친구가 왔으니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아침이라도 같이 먹자 하며 느긋하게 이동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큰 화를 일으키고 말았다.
(휴게소에서는 역시 호도과자 제맛이다, 소니 Z1)
4시간 10분의 긴 운행 끝에, 경주에 도착하였다. 경주에 도착하니 거의 2시 30분이 넘었다. 해지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석굴암 라이딩을 하기는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으면 실행을 해봐야지!' 하는 쓸데없는 마인드가 있었기에, 갈 수 있을때까지 가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정비하고 1차 목적지인 불국사로 가는 경로를 검색해보니 2개의 경우의 수가 있다.
경로1 : 4번국도를 이용하여 보문호 윗쪽 방향으로 보문단지를 거쳐 불국사를 가는 방법.
경로2 : 7번국도를 이용하여 보문호 반대 방향으로 불국사를 가능 방법.
(빨간 선이 실제 주행한 경로1, 2km 지점에서 직진하면 경로2)
나는 경로1을 택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2011년도에 부산 - 서울 라이딩을 하면서 7번 국도를 이용했는데, 당시에 7번 국도를 운행하는 대형차를 많이 보았다. 경험적으로 7번 국도는 대형차가 많이 다닐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되도록이면 트럭을 피해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보문단지를 거쳐 가면 중간에 숙소에 들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체크인 하고 무거운 가방을 맡기고 편하게 라이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들른 첨성대, 경주에서 제일 좋은 곳은 입장료가 없는 첨성대였다, 소니 Z1)
시내를 벗어나서 4번 국도로 진입하니, 트럭이 별로 없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형트럭이 없다고 해서 경로1이 좋거나 안전하지는 않았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서 주행 로그를 확인해 본 결과, 보문호로 가는 길 자체가 평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만한 오르막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차량 통행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60 - 80km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달렸고, 그로인해 충분히 위협을 느꼈다.
아무튼 보문단지로 들어가서, 큰 언덕을 하나 넘어서니 숙소가 보인다. 시간은 3시 30분. 숙소로 들어갔다가 나오기는 아직 불국사가 멀다. 그래서 결국 숙소를 들르는 것을 포기하고 불국사로 직행하기로 한다. 보문단지를 넘어서 우회전 하니 예상치 못한 큰 산이 나온다.
응? 왠 산이 있나? 신라시대에는 불교가 국교였고, 왕들이 자주 불교 사찰에 방문하였다고 배웠다. 그러기에 당연히 큰 절인 불국사는 평지에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어쨌든 불국사를 가기 위해 2개의 좀 높은 언덕을 넘었더니, 다시 7번 국도와 만나는 곳이 나온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7번 국도로 가서 최단거리로 갈껄'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불국사로 가는 마지막 언덕, 소니 Z1)
아무튼 옆에 익숙한 장면이 보인다. 불국사로 가기 위한 마지막 언덕, 그리고 코오롱 호텔이 보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처음 방문했는데, 그 당시에 숙소가 코오롱 호텔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물론 실제는 다른 곳이었다.)
(해가 질락말락한다. 겨울이라 해가 짧다, 소니 Z1)
마지막 언덕을 다 올라가니, 불국사 입구가 보인다. 안내도를 자세히 보니 여기가 정문이 아닌 것 같다. 지도를 참고하여 정문으로 이동했는데, 그 때가 4시 45분. 그리고 해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경로를 계산해보니, 석굴암을 가기 위해서는 야간라이딩을 감행해야 할 판이었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도로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준비한 전조등은 한강에서 내 위치 표시하는 수준의 밝기라 지방 국도라이딩에는 부적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밝은 라이트 하나정도 준비할껄.
결국, 안전상의 이유로 석굴암 업힐을 포기하였다. 아침에 친구와 느긋하게 식사하느라 일찍 출발하지 못한 것이 이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나중에 날씨 좋을 때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ㅋㅋㅋ)
(그래도 불국사 왔는데, 셀카 한 번 찍어봐야 하지 않겠나, iPhone 5S)
보문호의 야경을 감상하고, 숙소로 복귀하여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만나기로 한 형이 왔다. 그래서 관광지 추천을 받았는데, 안압지의 야경이 좋다고 추천 하였다. 언덕을 여러개 넘었으니, 칼로리를 채워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고기를 먹고 안압지로 갔다. 경주 야경하면 안압지라고 하던데, 사실 그리 좋은지는 모르겠다. 나는 도시의 야경이 더 좋다. 소박한 안압지의 야경보다는, 서울의 높은 곳(남산이나 북악, 그 외 야경 스팟)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거대한 스카이라인의 휘황찬란한 야경이 내 취향인듯 하다.
(안압지의 야경, 열심히 찍어보려 노력했으나 딱히 멋지진 않았다, 소니 Z1)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맥주 두 캔을 나눠먹으며 인생을 하소연해본다. 그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자전거는 서울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타야 제맛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맥주 한 잔은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다음 날을 기대하며, 잠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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