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차 (Fuji Absolute S)
Fuji Absolute S (19 inch, Matt black, 2013)
2011년 5월 11일 구매 (정가 490,000원 실 구매가 440,000)
2013년 9월 04일 퇴역 (퇴역 후 스크랩 처리 중)
총 누적거리 : 5828.5km
남산 : 8분 19초
북악 : 기록 없음
(국내 수입사에서 제공하는 프로필 사진, 출처 : 신기바이크)
[만남]
2011년 '천년동안 백만마일' 자전거 종주 캠페인에 참여하려 산 자전거이다. 평소에 운동과 매우 거리가 멀었기에 서울 - 부산 종주를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일행보다 좋은 자전거를 사서 체력적 격차를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동급 자전거 중에서 비싼 녀석을 골랐고, 그런 과정의 결과가 위 사진의 자전거다. 역시 스포츠는 장비가 중요합니다.
2011년 5월 11일 (생일 +1)일 영등포까지 달려가서 구매한 기억이 난다. 당시 집 앞에 꽤 큰 자전거 가게가 있었는데 그 곳에 재고가 없어서 후지자전거를 취급하는 여러 대리점에 전화해서 구한 귀한 녀석이었다. 자전거를 사기 위해 야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함에도 번뜩 달려갔다.
(2013년 9월 교회에서, 퇴역 직전의 마지막 사진이다.)
[추억]
동네에서 철 자전거를 타던 기억이 있어, 나는 자전거를 타는 데 약간 자신이 있었다. 자전거 가게에서 인수하고 첫 페달을 밟는 순간, 그 동안 타던 자전거와 전혀 다른 속도감을 느꼈다. 들뜬 마음에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보도블럭을 올라가다가 미끄러지고 말았다. 첫번째 낙차의 추억이었다. 발목에 꽤 큰 상처가 났는데, 약을 바르지 않았더니 아직까지 흉터가 남아있다.
좋은 자전거를 사서 그랬을까?
천년동안 백만마일 시즌 1, 2를 통해서 부산에서 서울, 또한 삼척에서 강릉, 속초를 거쳐 임진각까지 그야말로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었다.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하기는 대한민국이 너무 넓지 않나? 보너스로 남산도 다녀왔다. 첫 방문에는 9분 20초, 두 번째 방문에는 8분 19초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기록이 나왔다.
(미시령 정상 1km를 앞두고, 자전거를 집어 던지고 싶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었다.)
[아찔함]
물론 아찔한 순간도 많았다. 미시령 정상을 내려오던 중, 선수처럼 멋있게 코너웍을 구사하겠다고 브레이크 없이 첫 코러에 진입하였다. Out - In - Out 코스를 마음 속으로 되내이며 핸들을 돌렸는데, 핸들이 돌아가지 않는다! 아차, 과속인가보다. 왼쪽을 보니 낭떠러지가 보인다. 이쪽은 아니다. 오른쪽을 보니 암벽이다. 흠 이쪽도 아니군. 결국 양 쪽 브레이크를 동시에 밞아서 일부러 자전거를 넘어트리고, 나는 반대편으로 넘어졌다. '꽝' 하는 소리가 난다. 머리에 큰 충격이 전해진다. 멍하다. 귀가 울린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오! 살아있구나. 다행이다.
그 외에도 몇 번 자잘한 낙차가 있었고, 멋진 검정 수트를 입은 신사처럼 보이던 자전거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게 되었다. 힝, 그 외모 때문에 내가 돈을 더 주고 구입했었는데!
(2013년 1월 중랑천에서, 이후로 거의 타지 않았다.)
[이별]
지나치게 많이 타서 그랬을까. 그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때라 자전거의 수리를 미루다 보니, 누적된 수리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까지 불어났다.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렸고, 때마침 찾아온 속도에 대한 갈망으로 로드바이크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결국, 5828.5km의 누적거리를 끝으로 2년 4개월만에 2호차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헐 값에라도 중고로 팔까 고민했었는데, 정이 많이 들어서 판매를 포기하고 보관하기로 결정하였다. 나중에 자전거 정비를 배울 예정인데, 그 때 자전거 부속을 구매하여 내 손으로 직접 다시 조립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
(2015년 5월 다드림교회, 스크랩 처리 된 1호차. 다시 달릴 수 있을까? 소니 Z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