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날, 분원리 첫 방문기
파멸의 날 , '분원리 첫 방문기'
라이딩 일시 : 2016년 5월 18일
라이딩 거리 : 60.6 km (스트라바 기준)
라이딩 시간 : 2:50:16
라이딩 속도 : 21.4 km/h (스트라바 기준)
(엔도몬도 로그,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 스트라바보다 기록이 저조하다.)
처음 자전거를 사면, 한강과 그 주변 자전거길(한강 - 양평, 북한강 - 춘천, 아라뱃길 - 인천) 을 다니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초급자를 벗어나게 되면, 자전거길이 익숙해지고 시시해지기 시작한다. 보통 그 이후에는 자전거길을 벗어난 한적한 시골길에서 달리고 싶거나, 지방의 유명 관광지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방식으로 자전거 라이딩의 패턴이 바뀐다.
익숙함으로부터 오는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초급자를 벗어난 라이더들에게 큰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하는 '분원리'가 되겠다.
갑자기 태형이형에게 연락이 온다. 쉬는 날인데 오랜만에 라이딩을 하고 싶다고 한다. 흠, 둘이 타면 힘들텐데? 그래도 이런 기회는 흔히 오지 않는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분원리 이야기가 나온다. 둘다 흔쾌히 OK. 우리는 국토종주도 완주한 중급 라이더이지 않은가? 분원리 정도는 여유롭게 다녀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가벼운 마음이 큰 화를 부르고 만다.
9시에 만났는데, 형은 밥을 먹고 왔다고 한다. 밥을 같이 먹고 여유롭게 라이딩을 할 계획이었는데, 낭패다. 결국, 망우역에 들르기 전에 맥도날드를 들러 맥모닝을 먹는다. 역시 라이딩할 때 아침은 맥모닝이 참 좋다.
(사진의 오른쪽 방향의 굴다리로 들어가면 된다.)
망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팔당역으로 간다. 자전거길을 따라 팔당대교를 남쪽으로 내려오다보면 커브길이 보인다. 커브길을 따라가지 않고, 사진의 오른쪽 방향의 굴다리로 들어가면 된다. 굴다리를 넘어가면 45번 국도를 탈 수 있다. 국도를 타고 팔당댐까지 도착하면 넓은 왕복 4차선 도로가 2차선으로 바뀐다. 평일이라 차들도 별로 없고, 오랜만에 라이딩에 신나서 밟아본다.
(도마리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다시 출발해본다.)
순식간에 도마삼거리 도착. 도마삼거리에서 좌회전 직전에 도마리편의점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쉬고 있길래, 우리도 쉰다. 날이 매우 덥다. 5월인데, 벌써 30도가 넘었다. 잠깐의 휴식후 다시 갈 길을 간다. 도마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88번 지방도 를 따라 직진한다. 광동교를 건너 퇴촌면으로 진입 후 광동사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분원리 라이딩이 시작된다.
왼쪽에는 강을 끼고, 오른쪽에는 산을 끼고 라이딩하는 기분은 최고였다. 홍가네 슈퍼 전까지 낙타등이 9개나 있다고 하는데, 즐거워서 그런가? 낙타등이 낙타등 같지 않다. 언덕을 오르는데, 힘들지가 않다(?). 분원리도 별거 아니네 하면서 좌우의 경치를 계속 둘러본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푸른 나무가 만든 그늘, 그리고 좋은 노면을 달리다보니 예전 생각이 난다. 2년전의 전국일주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벌써 홍가네 슈퍼에 도착하였다.
(분원리의 마지막 휴식처 홍가네 슈퍼, 무조건 충분한 휴식과 보급을 추천한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시골은 서울만큼 카드 결재가 용이하지 않다. 홍가네 슈퍼에서는 카드 결재가 불가능했던 것. 날이 더워서 목이 말랐는데, 물은 이미 다 떨어져버렸다. 급한데로 아주머니께 사정을 이야기하니, 나중에 계좌입금을 하라며 일단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라고 하셨다. 참 고마운 분이다.
여기서 물을 더 마셨어야 하는데, 둘이서 물 1통을 나눠먹고, 10분정도 쉬고 바로 출발하였다. 지도상으로는 약 60 ~ 70% 정도 지점이었기 때문에 돌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보급 없이 출발하였다.
마지막 관문인 염티(염치)고개가 남아있다. 근데, 너무 목이 마르다. 결국 지나가던 주유소에서 물 한통을 더 사먹었다.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흠,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점심을 거르고 라이딩을 해서 그런가? 아침을 거르고 라이딩을 해서 그런가?
(그래, 너네도 쉬거라. 쉬긴 뭘 쉬나 뭘 잘했다고)
염티(염치)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2Km 정도 아닌가? 뭔가 이상하다. 언덕이 끝나지 않는다. 6km의 이화령도 쉬지 않고 올랐는데, 2km정도쯤이야, 파워가 떨어져도 오를 수 있다고 다짐하고 페달을 밟아본다. 근데 머리가 핑 돈다. 어지럽다. 그래도 내릴 수 없다. '끌바'는 내 자전거 인생에서 상상할 수 없는 단어였다. 국토종주 때도 자전거 변속이 용이치 않아 힘든 적이 많았다. 그 때도 '끌바'를 하지 않고 완주했던 경험이 있었다.
'겨우 이 정도에 내릴 수 없다' 는 마음으로 계속 올라가 본다. 고개를 숙이고 올라가니 거의 다 온듯 하다. 드디어 정상이구나!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아직도 커브가 2개나 있다. 그 순간 참고 참았던 인내의 끈이 끊어진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렸다. 그리고 끌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태형이 형이 위로해준다. 날씨가 덥고 식사를 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 아 위로가 위로로 들리지 않는다. 자전거 생활 5년만에, 결국 이렇게 '끌바'를 하고 말았다. 평지는 잘 못타도 고개는 잘 오를 수 있다는 나의 자신감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염티(염치)고개를 다운힐이 끝나면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끝까지 올라가보는건데 하는 아쉬움, 첫 끌바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머리속에 맴돈다. 팔당역까지 복귀하는데 꽤 힘들었는데, 머리속에는 이 생각만이 가득찼다.
(타이밍 하나 기가 막힌다. 주변에 그늘도 없는데 펑크가 나버렸다.)
팔당역을 3km 남긴 지점에서, 자전거에 펑크가 나고 말았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자전거마저 사고를 치다니! 땡볕에 자전거를 수리하고, 팔당역으로 복귀하였다. 복귀하는 지하철에서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다.
(팔당역을 떠나면서, 다음 번에는 기필코 무정차로 오르겠다는 목표를 정한다.)
그러나, 어찌하나. 이미 일은 발생했다. 다음 번에는 몸을 잘 만들어서 꼭 무정차로 염티(염치)고개를 오르고 말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식었던 자전거를 향한 열정이 다시 솟아오른다. 이 굴욕은 꼭 다시 갚아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