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떡볶이 라이딩 (영하 5도 체험기)

dreamliner 2016. 12. 18. 02:10

떡볶이 라이딩 (영하 5도 체험기)


 

라이딩 일시 : 2016년 12월 11일

업로드 일시 : 2016년 12월 18일

이동 거리 : 약 38km (가양 - 강변, 당산 - 가양)

평균 속도 : N/A (미측정)

 

한가한 금요일날, 영준이형이 내일 점심 스케쥴을 물어본다. 그래서 한가하다고 했더니,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흠, 좋은 아이디어다. 오랜만에 자전거도 탈 겸 아무 생각 없이 승낙했다.

 

 

(출발 전 콕핏 사진, 혼자 자전거를 탈 때는 스피커가 필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매우 춥다. 떡볶이를 먹기 위해 영하 5도에 자전거를 타야한다니 분명 제 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역시 나와 영준이형은 매우 이상한 사람들이다. 원래 접선 시간은 10시였으나, 날씨가 너무 추워서 30분을 미루었다.

 

 

(염강 나들목)

 

염강 나들목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가까운 나들목은 양천향교 쪽에 있는 나들목과, 증미역 부근의 염강 나들목 둘 중 선택 할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매우 추우니, 쓸데 없는 고민은 생략하고 가장 가까운 염강 나들목을 선택하였다.

 

 

(어둠의 미로 같다.)

 

 

어두운 지하 통로를 통과하면 , 드디어 한강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아라뱃길 행, 오른쪽으로 가면 하남 행이다. 강변은 서울 동쪽에 있으므로, 당연히 오른쪽 길을 선택하였다.

 

 

하늘이 맑아 보이나, 오늘의 가시거리는 그렇게 좋지 않다. 아마 미세먼지 때문이리라. 한강에서 가시거리의 좋음과 나쁨을 판단하는 개인적인 기준은 염강나들목을 나섰을 때, 남산타워가 보이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한다. 남산타워까지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선명히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가양대교가 보인다. 왼쪽 길을 선택하였으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첫 번째 관문인 안양천 합수부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안양천이 나오며, 광명으로 갈 수 있다. 왼쪽으로 가면 계속 한강을 따라 갈 수 있다. 안양천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가지 않는다. 안양천 합수부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지만, 오늘은 날씨가 매우 추워서 사람이 거의 없다.

 

 

사람의 거의 없는 만남의 장소를 지나서 성산대교 쪽으로 페달을 부지런히 밟는다. 전방에 보이는 교각은 월드컵 대교 건설 현장이다. 월드컵 대교도 예산 문제로 인하여 준공 예정일이 밀리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쯤 될라나. 월드컵 대교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별도의 도로도 함께 설치한다고 한다. 현재 도강 1순위로 뽑히는 잠수교보다도 건너기 좋은 환경이 될 것 같은데, 언제 개통될지 요원하다.

 

 

월드컵 대교 공사현장을 지나면 성산대교가 보인다. 한 4년 전 쯤인가, 여기서 교회 집사님 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출근 길이었고, 그 분은 학생들을 인솔 중이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분도 자전거를 타신다고 하는데, 언젠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여기를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쓸데 없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전진하니, 선유도 공원으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선유도 공원이 집에서 가깝지만 정작 가 본적은 한 번도 없다. 커플들의 성지라 그렇다. 다리 밑에는 횡단 보도가 있는데, 밤에는 조명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니 조심해서 지나가야 한다. 역시 커플들의 성지는 어둡다.

 

 

당산 철교를 지나가니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어제(9일) 저 곳에서는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 되었다.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촛불집회에도 2 ~ 3번 정도 참여했었는데, 나의 작은 행동이 큰 결과를 이뤄낸 것 같아서 매우 뿌듯하다. 평소에는 이 곳을 지나가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은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체감하며 지나간다.

 

 

두 번째 갈림길을 맞이한다. 왼쪽으로 가면 샛강, 오른쪽으로 가면 한강 자전거길이다. 물론 63빌딩을 지나면서 두 자전거 길은 다시 만나니 어느쪽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편하게 라이딩을 하고 싶다면 왼쪽의 샛강 자전거길을, 탁 트인 한강을 보고 싶다면 오른쪽의 한강 자전거길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개인적인 선호도는 한강 자전거길이 9:1 정도로 우선한다.

 

 

평소에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날씨가 예보보다 춥고, 바람이 세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낮다. 그래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럴 때 라이딩을 하면 마치 내가 한강의 주인 같다. 겨울 라이딩의 묘미다.

 

 

겨울이라, 여의도 한강 공원에 물이 없다. 물이 있을 때, 노을이 물에 비치는 모습이 매우 신비로운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내년을 기다리자.

 

 

물이 있을 때의 모습. 지금과는 너무 다르다.

 

 

마포대교로 올라가는 길. 보통 교회를 갈 때나 한강 북단을 이용해야 할 경우 마포대교를 주로 이용한다. 다만 오늘은 마포대교 남단 아래의 색공원에서 영준이형을 만나기로 했으므로, 이용하지 않았다.

 

 

색공원에 도착하였다. 이 추운 날 나 말고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다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데, 픽시로 트릭을 연습한다. 매우 재밌어 보이는데, 한 학생이 넘어진다. 흠, 이불 밖은 위험한데, 픽시는 더 위험한 것 같다. 꼭 모자를 쓰도록 하자. 넘어진 학생은 다행히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영준이형이 오지 않는다. 추운데 너무 오래쉬면 체온이 급격히 낮아지는데, 마음은 급한데 형이 오지 않는다. 흠, 사진을 찍으며 기다리니, 곧 형이 도착하였다.

 

 

오늘의 주선자 영준이형이다. 허벅지 힘이 매우 좋은데, 언덕은 매우 싫어하는 특이한 형이다. 아무튼 평지에서는 나보다 우월한 파워를 자랑한다. 오늘도 역시나 신나게 밟는다. 겨울철이니 땀이 나지 않게 천천히 가자고 하는데도 밟는다.

 

 

노량진 - 동작 구간은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굴곡이 있는 코스다. 그리고 노량대교 아래를 지나가 풍경도 좋지 않다. 별다른 촬영 없이 지나가버렸다.

 

 

계속 지나가니, 반포 미니스탑 앞에 도착하였다. 보통 반미니로 일컬어지는 이 편의점은 수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의 공식적인 만남의 장소이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너무너무너무 춥기 때문에, 만남의 장소는 무슨,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튼 우리는 떡볶이를 먹어야 겠다는 강한 의지로 반미니를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픔의 장소인 성수대교를 지나간다. 이 곳은 마냥 웃으면서 지나가기 어려운 곳이다. 지금은 그 때의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어렸을 때 성수대교 붕괴소식은 매우 충격이었다. 한강 다리가 갑자기 무너졌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었는데, 벌써 20년이 넘게 지나갔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영준이형은 자전거를 산지 1년이 안되서, 겨울 라이딩의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과 별반 다름없는 페이스로 달렸고, 그록 인해서 땀이 많이 났다. 겨울에는 평소보다 낮은 평균속도로 땀의 배출을 최소화 하면서 자전거를 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땀이 식으면서 열을 빼앗아 가고, 급격한 체온 저하로 저체온증이 오기도 한다. 형은 성수대교부터 본격적으로 추위를 심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8km 나 남았는데, 큰일이다.

 

 

추위를 참으며 계속 전진하니 청담대교가 보인다. 그리고 뚱뚱보 건물 사우론의 눈 롯데월드 타워가 보인다. 크긴 진짜 크다.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4km는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데, 겨울에는 짧은 거리가 아니다.

 

 

탄천합수부를 지나면, 잠실대교와 잠실철교가 보인다. 우리의 1차 목적지는 강변역이므로, 잠실철교를 건너면 되는데, 잠실 철교가 생각보다 매우 멀다.

 

 

(매우 멀다.)

 

 

(매우 멀다. (2))

 

 

드디어 잠실 철교에 도착하였다! 잠실철교는 한강에서 도강하기 쉬운 두 번째 다리이다. 북단에는 자전거도로와 잘 연결되있고, 그렇지 않은 남단에는 엘레베이터가 있다. 그리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집에서 매우 멀어서 이용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

 

 

(저 멀리 테크노마트가 보인다.)

 

 

잠실철교를 건너면 바로 강변역이고, 좌측으로 동서울 종합터미널이 보인다. 1년전 이맘 때 쯤 동서울 두란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그 이후 정신을 차려서 다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그 때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다시 일어설 수 없었겠지. 아무튼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찾아뵙지는 못했다. 이게 다 쓸데없이 부끄럼을 많이 타서 그렇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가게 상호는 사진으로 확인 하면 된다. 강변역이랑 구의역 사이인데, 걸어서 가기는 조금 애매한 거리. 그러나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왔으므로 손쉽게 도달하였다. 다행히도, 막 체온이 떨어져서 추위를 크게 느끼기 직전에 가게에 도착하였다.

 

 

(오늘 떡볶이 탐험대의 대장님,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이다.)

 

 

(애피타이저로 김밥을 시켰다. 알차고 맛있다.)

 

 

(떡볶이 님이 끓고 있는데, 시간이 가지 않는다. 마치 억만금의 시간 같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떡볶이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련을 진행중이다.)

 

 

(떡볶이가 좀 매운 편이다. 치즈 덕분에 맘 편히 떡볶이를 흡입했다.)

 

 

(사진을 마지막으로, 떡볶이의 형상은 사라졌다.)

 

 떡볶이를 순식간에 흡입했는데, 그래도 체온이 잘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집까지는 지하철로 복귀하기로 결정. 나는 당산역까지만 이용하고 복귀 라이딩을 하였다.

 

 

추운데 자전거를 탔더니 매우 불쌍하게 사진이 찍혔다. 형은 매우 이상한 습관이 있는데, 지하철에서 나를 촬영하려고 한다. 형의 휴대폰은 중국과 미국을 건너 온 아이폰 7 젯블랙. 형도 못해본 세계 여행을 하고 한국에 들어온 놀라운 아이다. 그래서, 카메라 촬영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형이 촬영을 시도할 때마다 번번히 방해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그게 안된다. 또 하나의 즐거움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렀다.

 

 

무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형이 사진을 찍을 때 방해하지 않았다. 오늘은 매우 거북이 같이 나왔다. 원래는 목이 길어서 슬픈 기린인데. (ㅋㅋㅋ) 이렇게 멍청이 짓을 끝으로 오늘의 라이딩도 종료되었다. 겨울 라이딩은 매우 위험하니, 당분간 이불 밖을 벗어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