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다시가는 국토종주, 적포삼거리 - 창녕군 남지읍

dreamliner 2017. 9. 15. 20:00

다시가는 국토종주, 적포삼거리 - 창녕군 남지읍


라이딩 일시 : 2017년 8월 3일 (9월 15일 작성)

이동 거리 : 91.58 km (평균 속도 : 17.9 km/h) [강정고령보 - 남지읍 전체 구간]

 

강정고령보 - 달성보 - 달성보 인증센터 - 다람재 우회길 - 현풍산업단지 - 무심사 우회길 - 합천창녕보 - 합천창녕보 인증센터 - 적포삼거리 - 박진고개 우회길 - 영아지고개 우회길 - 창녕군 남지읍

 

시원한 내리막을 내려간 뒤, 적포삼거리 앞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점심은 제육과 된장찌개.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천천히 나가기로 했다. 더위로 가출한 이성이 다시 슬슬 돌아온다. 

오늘 아침에 결정했던 계획대로 우회로를 이용하여 박진고개와 영아지고개를 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오전 동안에 부지런히 달렸더니, 오늘의 목적지인 창녕군 남지읍까지는 이제 30km 밖에 남지 않았다.

가장 더운 2시부터 5시까지의 라이딩이 걱정되긴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1시간에 10km는 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시간도 느긋하니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가기로 했다. 원래 식사 이후에 자전거를 바로 타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선택은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짧은 휴식을 가졌다.

아이스크림도 다 먹었으니 이제 진짜 출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라이딩을 시작하자 마자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오랫동안 쉰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우리는 20번 국도를 이용하여 박진고개를 우회하였다. 적포삼거리에서 적포교를 건너지 않고 진행방향 (20번 국도)를 계속 이용하고, 세간교를 건너 1008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영아지고개를 우회한 뒤, 1021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남지읍에 도착하였다. 20번 국도의 중간에서 왕복 4차선으로 바뀌는 부분(약 1km 정도)을 제외하면 차량통행이 거의 없고, 4개의 오르막길(20번 국도 2, 1008 지방도 1, 1021 지방도 1) 만 제외하면 대다수의 길이 평지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 정도의 오르막은 쉽게 오를 수 있으니, 이 방법으로 우회할 것을 추천한다.

그림 같은 구름을 보면서 올라갔지만 언덕을 오를 때는 항상 힘들다. 비경을 품은 장소는 왜 항상 언덕 위에 있을까? 아니면, 고생해서 올라가니 풍경이 아름다운 것일까?

언제나 반가운 표지판, '오르막차로끝' 을 만났다. 이제 신나게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오르막길은 힘들지만 안전하고, 내리막길은 쉽고 신나지만 위험하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을 지나갈 때는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계속 그늘 밑으로만 달리고 싶었는데,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구간은 길지 않았다. 많은 구간을 땡볕에서 달리고, 짧은 구간의 그늘에서 잠깐 동안의 시원함을 느꼈다.

위에서 언급한 왕복 4차로 구간에 도착하였다. 차가 빨리 달리긴 하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고, 알아서 잘 피해가니 너무 겁먹지 말자.

고생의 추억이 가득한 주유소. 2호차 (자이언트 TCR2)를 타고 왔을 때는 기재 변속 트러블로 기어 조정이 원만치 않았다. 이 장소에서 오랜시간 수리를 기억이 있다. 그 때는 거의 해도 지는 시간이라 조금 촉박했었는데, 지금은 3시도 되지 않아서 여유롭다.

길이가 좀 길지만 완만한 언덕을 올라가면 위험구간은 끝난다.

오르막길의 정상에서 잠깐 휴식.

낮익은 이름이 눈에 보인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인가 했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 사람이 맞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생가가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해야 할만한 장소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맞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내리막길에서도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세간교를 건너 유곡천캠핑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008번 지방도로를 달린다. 이제부터는 가끔 지나가는 소형 트럭을 제외하면 차량이 거의 없다.

다시 오르막길이 등장한다. 성진이형이 앞 쪽의 산을 가르키면서, 혹시 이 산을 넘어야 하냐고 묻는다. 다행히 저 산을 넘지는 않는다. 산 사이의 도로를 넘어가야 하지만 보이는 것보다는 무섭지는 않다.

날씨도 덥고, 체력도 슬슬 바닥날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빨리 올라가기 보다는 천천히 올라갔다.

차량이 우리를 알아서 피해주었다. 지방도로의 라이딩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서울 근교에서는 차들이 잘 양보해주지 않는다. 시골 인심이 도시보다 여유로워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시골의 도로가 차량 통행량이 적어서 차들이 피해다니기 좋은 환경이라서 그럴까?

언덕길이 생각보다 길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는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고? 저 커브를 넘어서 뭐가 있을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저 곳이 목적지였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더 험난한 경사도로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니, 끝이 보일때까지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정상에 도착하였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1008번 지방도의 내리막길의 경우, 경사도가 매우 험하고 도로의 포장상태가 좋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길이도 짧지 않다. 3년 전에는 저번에는 여기서 40km가 넘는 속도로 내려가다, 자전거의 흔들림을 느끼고 식은땀이 난 경험이 있다.

박진교를 건너며 다시 낙동강을 만난다. 영아지고개 우회길 직전까지 자전거길로 다시 합류하였다. 다시 합류할 필요는 없었는데, 왠지 그냥 가보고 싶었다.

오전에 봤던 합천창녕보 부근의 길과 유사하다.

그 때 만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주는게 인지상정. 안 물어봤는데? 3시가 되니 진짜 더웠다. 35℃ 정도는 됬던 것 같다.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그늘에서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해가 너무 쨍쨍하다. 3년 전 여기에서는 길을 잘 못 들어 시골마을에서 일몰을 보며 엄청나게 감탄했었는데, 오늘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다행히 자전거길의 초입에서 슈퍼를 안내하는 간판을 발견하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아직 잘 버티고 있는 성진이형. 사실 우리들 중 가장 좋지 않은 조건 (상대적으로 무거운 자전거와 짐)을 지니고 있었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따라오셨다.

더위를 피해 슈퍼로 피신하였다.

자전거도 그늘 아래에 거치해 놓았다. 별 차이는 없지만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될 때, 안장이 덜 뜨거울 것 같아서 그늘 아래에 거치해보았다.

콜라로 당분과 수분을 동시에 보충한다. 아까 복숭아티의 실패를 교훈삼아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콜라를 선택하였다. 핫바도 같이 먹었으면 파워도 회복됬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찾을 수는 없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였다. 이제 목적지인 남지읍까지는 약 10km 정도만 더 가면 된다. 저녁 약속이 없었다면 조금 더 휴식을 취하면서 뜨거운 햇빛을 피하고 싶었다. 약속을 조금 미루고 천천히 갈까도 생각해 봤는데, 중간에 길게 쉬는 것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발걸음이 무겁지만 곧 도착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힘이 났다.

이 땡볕, 실화입니까?

매우 익숙한 풍경의 낙동 사막 자전거길이 계속 반복 된다.

영아지고개 우회로가 등장하였다. 표지판의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우회길, 영아지 및 창아지라고 써있는 방향으로 가면 영아지고개를 만날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또 국토종주를 가게 되면, 박진고개와 영아지고개는 꼭 가봐야겠다.

영아지고개 우회로의 노면 상태는 매우 좋지 않다.

3년 전에도 노면 상태가 나빴는데, 지금도 똑같다.

차량 통행이 워낙 없는 지방도라 3년 동안 포장하지 않은 것 같다.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은 1km 이상 이어진다.

1021번 지방도로 경로를 변경한다. 다시 포장이 잘 된 아스팔트 길이다. 3년 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태웅이형이 무릎이 아파 오르막길마다 자전거를 끌고, 내리막길의 탄력을 이용하여 고생고생하여 남지읍까지 도착했었다.

오늘의 마지막(?) 언덕이 눈에 보인다.

경사도가 꽤 길어, 각자의 페이스대로 오르기로 했다. 나는 아직 힘이 남아 빠르게 올라갔다. 정상에서 우리 일행의 멋진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1등은 역시 태형이형.

2등은 성진이형. 아까 무릎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었는데, 큰 탈 없이 잘 올라왔다. 하이브리드는 로드에 비해 가용 기어비가 폭넓어 언덕에서 적은 힘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이 올라오신다.

목사님의 경우 우리들보다는 언덕에서 힘들어 하셨지만, 자전거 생활 초창기보다는 확실히 잘 타셨다. 이화령에서 무정차 등정에 성공한 뒤로는 어떤 언덕이든 잘 오르게 되었다. 역시, 라이딩은 경험과 자신감 그리고 인내심이 중요하다.

이틀 전과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구름의 디테일에 집중하였다.

태형이형이 힘든 척을 한다. 눈물 나는 연기력이다 ㅠㅠ

정상의 모습. 경사도가 높은 편이다.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해 본다. 이제 언덕만 내려가면 남지읍까지는 약 10분 정도의 거리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유난히 고생한 성진이형의 근두운.

얼굴이 갸름해진 목사님. 살도 많이 빠지셨을까?

오늘도 수고한 내 자전거. 이번 국토종주 동안에 카본 자전거의 진동 저감효과를 체감하였다. 일정이 여유로운 것도 있었지만, 자전거 덕분에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은 거의 없었다. 처음 샀을 때는 알루미늄 로드에 비해 업그레이드 효과가 별로 없어서 후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여러분! 카본 자전거 꼭 사세요. 두 번 사세요.

언덕인 듯 언덕 아닌 언덕 같은 곳을 마지막으로 지난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남지읍이 보인다. 오늘도 무사히 라이딩을 마쳤다. 이제 다들 체력이 좋아져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남지읍에 도착하여 숙소(아델리아 모텔)를 잡고, 방에 들어가니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든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비슷한 남지읍의 모습을 보니, 내 고향은 아니지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은 드디어 종주 마지막 날이다. 숙소에서 내일의 일정을 상의하던 중 토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일찍 라이딩을 마치고 내일 오후에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무더위도 피할겸, 우리는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지는 몰랐는데 벌써 와 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화려한 마지막을 기대하며 오늘도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