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가는 국토종주, 양평 - 충주
다시가는 국토종주, 양평 - 충주
라이딩 일시 : 2017년 7월 31일 (8월 13일 작성)
이동 거리 : 45.98 / 48.75 km (평균 속도 : 17.1 / 17.2 km/h)
양평역 - 후미개고개 - 이포보 - 여주보 - 강천보 - 강천섬 - 토담순두부(점심) - 창남이고개 - 비내섬 인증센터 - 조대고개 - 조정지댐 - 충주 탄금대 인증센터 - 충주 시청
드디어 출발일의 아침이 밝았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 원래 계획했던 일정을 한 주 미뤘지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만남인가? 아침부터 세찬 비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양평역까지는 남자답게 지하철로 점프하였다. 아라뱃길 - 양평 구간은 예전에 이미 완료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양평 - 부산까지 4박 5일 동안 종주를 하는 것으로 사전에 일행과 합의하였다. 기다리면 혹시 비가 그칠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며, 아침을 먹은 뒤 향후 일정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뜨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법. 조금 있다가 만날 가혹한 라이딩을 생각하니 아침을 최대한 든든히 챙겨야 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설렁탕을 뚝딱 한 그릇 해치우고 날씨를 알아보는데, 양평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한다. 태형이형과 상의를 해 보니, 여주를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고, 일단은 여주까지는 가 보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애초에 우리에게 출발을 미뤄야겠다는 의사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태형이 형과 성진이 형, 그리고 김병년 목사님이 이번 국토종주에 함께하게 되었다. 저번 종주 때는 하루에 120~130km 정도를 달렸으나, 사전 연습이 거의 없었던 이번 종주는 하루에 100km정도로 짧게 달리기로 서로 약속하였다.
이번 국토종주의 도전자 김병년 목사님과 성진이형. 원래는 욱현이형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브라질 파견으로 같이 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3년 후를 기약하는 것으로 하자. 이 번이 마지막 국토종주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욱현이형에게 미안해진다.
양평역에서 약 1.5km를 달리면 첫 번째 인증센터인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가 나온다. 빠르게 도장을 찍고 첫 번째 인증사진을 남겼다.
이번 종주의 리더 태형이형. 형이 맨 앞에서 길을 안내하고, 나는 뒤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사전에 협의하였다. 저번 종주 때는 달리기만 해서 남은 사진이 거의 없었다. 여행이 끝난 뒤 너무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록을 잘 남기고 싶었다.
6년 전 첫 국토종주때도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었다. 당시에는 고어텍스 의류를 입고 탔었는데, 비가 많이 오는 경우에는 기능성 의류가 쓸모가 없다. 차라리 우비를 입고 라이딩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체온유지에도 유리하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 자전거길에 합류하니 기가막힌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마침 비도 그쳐서 카메라를 꺼내어 촬영을 해 보았다. 비 오는날의 운치있는 남한강을 보니 앞으로 만날 아름다운 경치를 기대하게 되었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주섬주섬 카메라를 다시 집어 넣었는데, 태형이형이 부른다. 무슨 일이냐 하니 자전거에 펑크가 났다고 한다. 출발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첫번째 펑크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펑크와 만나지 않았다. 비가 덜 오는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신속하게 튜브를 교체하였다.
예전에 비해 익숙해져서 이제는 10분이면 튜브를 교체할 수 있다. 튜브를 교체하면서 타이어의 상태도도 확인 하는 것을 잊지 말자. 이 번에는 작은 유리조각이 타이어에 박혀서 펑크가 났다. 안타깝게도 밸브 주변에 유리가 박혀 튜브의 재활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어 버렸다.
비가 곧 그칠 것 같았는데, 다시 오기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매우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자전거길을 보니 비 오는 날의 라이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정신나간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길이 끝나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가져본다. 여기를 지나면 국토종주의 첫번째 업힐 후미개고개를 만나게 된다. 간단한 약속을 전달 후 (언덕은 각자의 페이스대로 오를 것, 먼저 가는 자는 기다릴 것) 후미개고개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분원리 라이딩 때 멸망했지만 비싼 자전거와 적은 에너지 소모율, 그리고 가벼운 몸의 조건을 가진 내가 업힐에는 가장 유리하다. 빠르게 후미개고개를 올라가서 촬영 준비를 마치는 찰나, 태형이형이 올라온다. 함께 한 자전거는 동생의 카본 미니벨로 인피자이다. 태형이형은 우리 중에서 가장 훌륭한 체력과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우 여유롭게 올라왔다.
두번째로 성진이형이 도착하였다. 축구와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 그리고 근성으로 무장한 성진이형도 여유롭게 후미개고개를 오르는데 성공하였다. 식은 죽을 먹는것 같은 표정이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목사님이 올라왔다. 우리들 중 나이가 제일 지만, 자전거를 탄 경력이 꽤 되므로 무리 없이 올라오셨다. 라고 하기에는 윗 사진에 지그재그로 올라오고 계신데?
첫 번째 언덕을 무난히 오르고, 인증샷을 남겨 보았다. 둘째 날 이후부터 만날 수 많은 언덕들에 비하면 후미개고개의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 첫 날에는 꽤 비중이 있는 언덕이다. 내리막이 꽤 위험하기 때문에 끌바로 내려왔다.
후미개고개에서 이포보까지는 내리막길과 평지의 조합이다. 원래는 좀 지루한 길인데, 비 오는 날의 운치있는 풍경 덕분에 생각보다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포보는 한강의 보 중 그나마 쓸만한 외형을 가졌다. 외형이 그럴듯 하다는 것이지 용도가 쓸만하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는 말자. 이포보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찍고 인증사진을 남겼다.
성진이형.
나.
김병년 목사님. 엄청 귀엽다. 기분이 매우 좋으신가 보다.
혹시나 나중에 인증에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모든 인증센터에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인증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의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첩에 도장이 명확하게 찍히지 않는다. 스탬프를 챙겨갈까 고민하였는데, 쓸데없는 짐을 늘리기 보다는 인증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귀찮다면, 휴대폰 앱으로로 인증하는 방법도 있다. 본인 인증한 뒤 회원가입을 해야하니, 사실 휴대폰 앱이 더 귀찮다,
이포보에서 여주보까지도 그렇게 멀지 않다. 천천히 가도 1시간 안으로 도착할 수 있으며, 특이하게 넓은 사진의 길을 제외하면 그렇게 괜찮은 풍경도 없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 생각없이 페달을 밟으니 여주보에 도착하였다.
16mm와 23mm의 비교 사진. 여주보의 디자인은 측우기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여주가 세종대왕의 출생지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여주보 편의점에서 비상용 초코바를 산 뒤, 커피를 마시며 몸에 온기를 충전하였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늘의 일정을 논의하였다. 일행의 체력에 여유가 있어보이고, 시간도 여유로워서 원래 목표였던 충주까지 가는 것으로 협의하였다.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11시 15분)이기 때문에 강천보를 지나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본다. 여주보에서 강천보는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의 거리보다도 가깝다. 힘들이지 않고 여주시내를 통과하였다.
현재 공사중이라서 자전거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여야 하나, 우회로가 바로 자전거길 옆에 있기 때문에 길을 헤메지 않고 갈 수 있었다.
3년 전 국토종주 때 지나쳤던 여주 시내, 여전히 똑같은 모습을 보니 반갑다. 그 때는 1시가 넘어 이 곳을 지났었는데, 이 번에는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다. 역시 국토종주는 일찍 출발해야 편하다. 공사중인 길을 지나간다. 길이 울퉁불퉁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비도 오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안내가 부실해서 길을 잃을 뻔했으나, 다행히도 그러지는 않았다. 여주 시내를 벗어나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니 강천보에 도착하였다. 왠지 같은 설명이 계속 등장하는 것은 기분 탓이지만 어쩔 수 없다. 국토종주는 하루 종일 열심히 페달을 밟는 여행이니까. 편한 여행을 바란다면 자전거를 타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역시 여행은 차를 타고 가야 제맛이다.
강천보 도착. 잠시 비를 피해 점심을 먹을 곳을 알아보았다. 강천섬을 지나 창남이고개 직전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강천보 인증센터에서도 다 같이 인증사진을 찍었다. 목사님의 얼굴이 유난히 커 보이지만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가도록 하자.
성진이형의 자전거, 스페셜라이즈드 시러스 스포츠. 고오급 하이브리드 자전거이다. 자전거 이름을 지어줘야겠다고 형이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여행이 끝난 지금까지도 그 이름을 듣지 못했다.
강천보를 지나면 경사도가 매우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온다. 내리막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도로를 만들었으니 이해하도록 하자.
경사도를 조금 완만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수문을 개방한 강천보. 비가 많이 와서 개방한 것인지, 아니면 정권 교체 이후 4대강 수문 개방을 결정해서 열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루한 길을 지나가니 강천섬 주변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강천섬을 우회하려고 했는데, 우회로를 찾지 못해서 강천섬을 지나가게 되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 이 기회를 틈타 잽싸게 사진을 찍어보았다. 정면 사진을 찍을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은 꽃이 예뻐서 카메라를 꺼냈다.
안 그런 것 같지만 다들 카메라를 의식한듯 댄싱(자전거를 일어서서 타는 자세)으로 지나간다.
아닌가?
강천섬의 초입과 중간은 비포장 도로다. 날씨가 좋을 때 오면 주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서행하였다. 물웅덩이와 흙 도로를 지나가니 도통 속도가 나지 않는다. 아까 초코바를 먹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파워가 급격히 떨어졌다. 도대체 식당은 언제 나오는거지?
강천섬을 빠져 나가는 길은 포장도로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파워가 잘 나지 않는다. 중간에 멈춰 사진을 찍고 빠르게 일행 사이로 복귀해야 하는데, 힘이 잘 나지 않으니 복귀 시간이 오래걸렸다.
여기를 지나 강천리의 지방도를 지나게 된다. 예전에 왔을 때는 시골 마을을 지나며 여유로움을 느꼈는데, 오늘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떨어진 체력, 그리고 배고픔, 나쁜 날씨의 삼중고는 머리를 땅에 쳐박고 최대출력으로 페달을 밟는 원동력이 되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토담순두부의 간판을 보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남은 파워를 모두 쥐어짜서 빠르게 식당에 입성하였다. 곧 점심을 먹을 생각을 하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순두부와 제육을 시켰다. 순두부집이라 순두부를 시켰는데, 목사님이 시킨 제육볶음이 진짜 맛있었다. 아, 나도 제육볶음을 시킬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후회만 할 수는 없지. 그래서 목사님의 제육을 야금야금 뺏어 먹었다.
뜨뜻한 순두부로 체력과 온기를 회복하였다.
역시 라이딩 할때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
배도 든든히 채우고, 물통의 물도 채우고 다시 출발한다. 식당을 나서자마자 창남이고개와 만나지만 창남이고개는 700m 밖에 되지 않고, 경사도 완만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친절하게 남은 거리를 써 주었다. 창남이고개의 경우 경사가 낮아서 남은 거리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 오전에 지나간 후미개고개에 비해도 난이도가 낮다.
사전에 합의한 약속대로 언덕 정상에서는 일행을 기다린다.
창남이고개를 내려가면 강원도 원주다. 여기서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가 만난다. 다리를 지나 좌회전하면 다시 자전거길에 합류한다. 다리 아래로 섬강이 매우 아름답다.
3년 전에도 매우 예뻤는데, 그 사이에 나무와 풀이 울창하게 자라 더 아름다운 곳이 되었다. 사람의 손이 덜 닿은 곳이라 길까지 풀이 나 있어서 주행에 약간의 방해가 되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매우 잘 정비된 한강과 남한강 자전거길은 달리기에는 좋지만, 뭔가 아쉬울 때가 많다. 섬강 자전거길을 달리니 그런 아쉬움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멀어서 자주 오지 못하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앞을 봐도 예쁘고, 돌아온 길을 돌아봐도 예쁘다.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충주에 진입하였다.
예전에 시멘트 길이었는데,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니 주행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비도 점점 잦아들기 시작해 곧 그칠것만 같았다.
자전거길이 끝나고 국도를 이용하여 비내섬 인증센터까지 이동하였다. 국토종주에는 자전거 길 뿐만 아니라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거나, 알아서 잘 피해가는 편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로드와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국도로 달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비내섬 인증센터에는 매점이 있다. 충주 도착전까지 매점을 찾기 어려우니, 보급품이 필요하면 여기서 꼭 사도록하자. 우리는 여주보에서 미리 사 두었기 때문에 비내섬에서는 도장만 찍고 바로 출발하였다.
수고하는 자전거도 한 장 찍어주었다. 그리고 이 때는 알지 못했다. 이 사진이 말끔한 자전거의 마지막 사진이라는 것을. 6시 전에 충주에 도착할 생각을 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비내섬을 지나면 오늘의 마지막 업힐 조대고개가 나온다. 경사도가 높지는 않지만 창남이고개처럼 경사도가 낮지는 않다. 후미개고개보다도 길이가 길다.
조대고개를 내려가자마자 안내판을 따라 좌회전을 해야하지만, 안내표지가 잘 보이지 않아 길을 헤맸다. 사실 안내는 꽤 잘 되있는 편인데, 표지판이 작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봐야한다.
나란히 달리는 두 분 나란히 외면하고 있다.
다시 자전거길로 복귀하였다.
파릇파릇한 벼의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사진을 다 찍고 커브를 돌았는데, 순식간에 땅바닥에 쳐박혔다. 일단 앞서간 일행들에게 낙차소식을 전하고, 상태를 확인하니 바지가 찢어졌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다. 골절이였으면 집에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의 상태를 확인해봤는데, 핸들이 삐뚤어졌다. 물티슈로 피를 대충 닦고 다시 출발하였다.
태형이 형이 나를 찾으러 되돌아왔다. 형의 도움으로 비틀린 핸들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왼쪽으로 넘어져 구동계에는 문제가 없었다. 앞 변속기에 기스가 나서 변속감이 떨어졌지만 변속에는 지장이 없었다. 중고가가 10만원 넘게 하락해서 속이 쓰렸지만 아무튼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상처만 잘 치료하면 국토종주를 완주하는 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니 안도감이 밀려온다.
다시 만난 일행이 반가웠다. 일단 빨리 충주로 가서 상처를 치료하기로 하고 다시 이동하였다.
다리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오늘 숙박할 장소를 결정하였다. 평소 같으면 아무 곳에서 자도 상관없지만, 오늘은 하루종일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탔기에 신발과 옷을 빨래하고 말리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충주시의 빨래방을 찾아보고, 충주시청 부근 숙소에서 자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비 오는 날의 라이딩은 귀찮은 일이 많으니 웬만하면 자제하도록 하자.
비를 많이 맞았지만 아직까지는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목사님.
숙소를 정했으니 이제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조정지댐을 건너면 정식 자전거길, 건너지 않으면 우회로이다. 양 쪽 다 자전거길이 별도로 포장되어 있으며, 건너지 않을 경우 총 주행길이를 5km정도 아낄 수 있다. 경치를 좀 더 구경하고 싶으면 정식 자전거길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하루종일 비를 맞았기에 우회로를 선택하였다. 비를 핑계로 댔지만 원래부터 우회할 계획이었다.
댐의 수문이 개방되어 있는 모습, 사실 비가 많이오는 날이 아니면 이런 광경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비 오는날의 라이딩은 체력적인 소모가 커서 힘들고, 약간 위험하기는 하지만 신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번쯤은 해 볼만하지 않을까? 두 번 해보니까 또 하고 싶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나만 고생할 수 없으니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충주시내에 근접하니 기가막힌 풍광이 펼쳐진다. 이래서 비 오는 날에 자전거를 타는구나. 산에 걸친 구름, 그리고 강을 감싸는 물안개, 강에 비치는 환상적인 반영을 보니, 넘어져서 짜증이 났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사실 탄금대가 3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것 같은데
이번 여행은 후지 X-SYSTEM의 번들렌즈로 불리는 XC 16-50mm 줌렌즈와 함께하였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카메라를 거의 꺼내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이래서 방진방적 되는 T1, T2, PRO2를 사야한다. 단렌즈 성애자이지만, 여행때는 줌렌즈가 편하다.
16 / 23 / 35 / 50mm 초점거리로 담아보았다. (환산 초점거리 24 / 35 / 52.5 / 75mm) 평소에 거의 찍지 않았던 망원단의 사진이 최고의 결과물이었다.
마지막에 펑크가 났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펑크 때문에 20분을 까먹었지만,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다. 오늘의 종착지인 탄금대 인증센터도 이제 1km 밖에 남지 남았다. 매우 고생스런 오늘 하루도 끝났다고 생각하니 희열이 몰려왔다. 물론, 숙소에 들어가 세차할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무사히 오늘 일정을 소화한 목사님, 성진이형, 태형이형.
무사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라이딩을 마쳤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난히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런지 사진속의 표정이 해맑다.
탄금대 인증센터 주변의의 경치도 한 장 찍어준다. 아까 오면서 봤던 풍경이 주는 감동보다 덜해서, 약간 무성의하게 찍었다. 그쳤던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한다. 숙소를 정하기 위해 서둘러 충주시청으로 이동하였다.
너무 배가 고파서, 저녁 식사 사진은 찍지 않았다. 순식간에 보쌈을 흡입하고 숙소로 복귀하였다. 하루종일 맞은 비 때문에 빨래도 하고, 자전거도 닦아주어야 한다. 역할을 분담하여 자전거 청소는 내가 전담하고 형들은 빨래를 담당하였다.
다시 가는 국토종주 첫 날, 자전거 입문 이후 가장 많이 비를 맞은 라이딩으로 기록되었다.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어쨌든 첫 날을 무사히 마쳤으니 국토종주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내일은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는 날이다. 내일도 비가 온다면 그냥 집에 갈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비가 오는 악조건 속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도 그랬지만 누군가는 가야할 길을 갈 것이다. 쓸데없이 잡다한 생각을 정리하고, 내일 비가 오지 않기를 짧게 기도하며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