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전거 이야기/라이딩 이야기

국토종주 Day 4, 창녕 남지읍 - 을숙도 하구둑

dreamliner 2016. 10. 16. 00:12

국토종주 Day 4, 창녕 남지읍 - 을숙도 하구둑


 

라이딩 일시 : 2014년 5월 13일

업로드 일시 : 2016년 10월 16일

이동 거리 : 약 87.2km (남지 - 을숙도)

평균 속도 : 약 16.19km

 

 

(마지막 날은 산이 하나 있는거 빼면 평지지만, 태웅이 형의 무릎 통증으로 천천히 달렸다.)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되었다. 국토종주가 곧 끝난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인지 행동이 미적지근하다. 오늘도 역시 편의점 삼각김밥과 편의점으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남지에서 을숙도 하구둑까지의 거리는 90km 정도로 짧다. 중간에 큰 언덕 1개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구간도 평지다.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5시간 정도 달려서 부산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태웅이 형의 통증이 잘 회복되지 않았고 우리는 천천히 남은 거리를 완주하기로 했다.

 

 

(우리의 에이스 태형이형이 태웅이형의 짐을 들어주었다)

 

남지읍에서 창녕함안보까지의 거리는 겨우 11 km, 40분이면 도착할 거리다. 창녕함안보 인증센터 도장만 찍고 바로 출발한다. 조금 지나가면 창원시가 나온다. 자전거의 도시 창원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멘트 길이 사라지고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전날과 달리 도로 포장 상태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신나게 밟고 싶은 도로가 많다. 날씨가 좀 덥지만, 파란 하늘을 보며 자전거를 타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자전거 도로를 타다 보니 시골 마을을 지나간다. 버스 정류장 옆에 정자가 보이니,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흠, 정자에 누워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는데, 슈퍼가 보이지 않았다. 아쉽다.

 

 

창원시를 지나 밀양시에 입성하였다. 여전히 갈길이 많이 남았기에 계속 페달을 밟아본다. 마지막날은 특별히 경로 설명할 것이 없다. 나름대로 네이버지도를 보면서 우회도로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삼량진 부근의 산 하나만 오르면 특별히 고지대가 없다. 시골의 농로를 이용하면서 정취를 만끽하니 어느새 삼량진 주변에 도착했다.

 

 

(다리 위로 KTX가 지나간다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우리는 자전거로 4일만에 왔다.)

 

 

하늘이 맑고 날씨가 더워서 우리는 모두 얼굴을 가리고 탔다. 나만 빼고 그래서 그런지 여행이 끝나고 얼굴을 보니 그렇게 많이 타지는 않았다. 철교를 지나 낙동강 인도교를 건넌다.

 

 

 

 

(GO! GO! GO!)

 

점심시간이 다 되서 그런가, 갑자기 체력이 떨어진다. 바람이 많이 부니 자전거가 잘 안나가는 것도 있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이 크다. 삼량진읍에서 음식점을 찾아다녔는데, 자전거길 옆에 붙어있는 순두부찌개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다. 보통 국토종주 때는 점심을 제 시간에 먹지 못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마지막날에서야 정상적인 점심시간에 근접한 12시 50분에 점심을 먹게 되었다.

 

 

(아무 곳이나 그냥 들어갔는데 음식이 맛있을 때의 그 기쁨!)

 

반찬이 매우 푸짐하다. 순두부찌개를 먹으니 배가 든든하다. 역시 밥심으로 자전거를 타야한다. 태웅이형도 좀 쉬었더니 무릎이 괜찮아 졌다고 한다. 물도 채우고, 썬크림도 바른 뒤, 부지런히 목적지를 향해서 다시 출발한다. 꽤 많이 왔다고 생각하는데, 여기가 40km 지점이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50km나 남았다.

 

 

 

 

(본격적인 낙동강 하류가 시작되었다.)

 

밥을 먹고 다시 자전거길에 합류하니, 거대한 낙동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류에 거의 다 와서 낙동강의 강폭이 매우 넓다. 산과 강을 보며 신나게 달리니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치가 좋은 쉼터가 보여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한다.

 

 

 

(자전거 단체샷 및 나와 명범이, 얼굴이 다 타서 어둡다.)

 

태웅이형과 태형이형의 맞촬영. 나는 이런 사진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취합할때 알게 되었다. 아무튼 형들도 장난기가 많고 참 재밌는 사람들이다.

 

 

 

(태형이형과 태웅이형의 맞촬영 ㅋㅋㅋㅋㅋ)

 

쉼터에서 사진도 찍고 경치도 구경했으니, 다시 출발해볼까. 그런데 얼마 안가니 다시 나무 데크길이 나온다. 국토종주 중, 여러 나무 데크 길이 나오는데 그 중 최고는 여기다. 춘천의 나무 데크 길은 너무 짧고, 좁고, 구불구불해서 경치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여기는 길도 평지고, 경치도 진짜 아름답다. 정말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낙동강 나무 데크 길, 꼭 한번 가 보기를 추천한다!)

 

나무 데크 길이 끝났다고 해서 낙동강의 절경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멘트 길로 바뀌어서 노면 상태는 나빠졌지만, 경치는 더욱 아름답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니 기분이 더욱 좋다. 맞은 편으로 국토종주를 출발하는 사람들에게 서로 인사를 건네며, 응원해준다.

 

 

 

 

 

 

(여기까지만 해도 진짜 신났는데...)

 

신나게 달리니, 어느새 양산시 물금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이제 도장도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정표에 부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의 종착지에 다가가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아픔을 견디고 태웅이형도 잘 타주었다. 저녁에 무엇을 하고 놀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부산 시내의 자전거길에 진입하였다.

 

 

(아이구 힘들다.)

 

부산 시내의 자전거길 사정은 매우 안좋다. 낙동강 천변은 물론이고, 온전천에 있는 자전거길 역시 2014년 기준으로는 포장도 엉망이고 길도 좁다. 보행자 및 자전거로가 잘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빨리 달리기도 매우 위험하다. 물론 우리는 빨리 달릴 힘조차도 없었다. 막강한 바닷바람이 우리의 라이딩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구둑으로 갈 수록 세지는 바닷바람, 그리고 떨어지는 체력, 갑자기 무릎이 시리기 작한다. 3중고를 겪으니 마음이 약해진다.

 

 

 

 

 

(가도 가도 2km 남았다고 하니, 맥이 빠진다.)

 

매우 고통스러운 마지막 3km가 되었다. 3km는 정상 컨디션으로 가면 10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마지막 10분 동안은 시간이 잘가지 않았다. 분명 페달을 매우 열심히 밟았는데, 하구둑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바닷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평지를 달리는데, 체력적인 한계가 오니 마치 산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도착하였다. 예상 도착시간은 3시쯤이었는데, 1시간 30분이 늦은 4시 30분에 도착하였다. 마지막에 막강한 바닷바람, 그리고 체력저하로 인해서 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잘 도착하였다. 역시 도착했으면 자전거를 들어 인증샷을 찍어야지!

 

 

 

 

 

(역시, 국토종주 인증샷은 자전거를 번쩍 들어줘야 제맛이다.)

 

각자의 프로필 사진을 찍은 뒤, 수고한 자전거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녀석, 참 좋은 자전거였는데. 주인을 잘못 만나서 팔려나가버렸다. 지금은 이 것보다 훨씬 좋은 자전거를 타지만 기록은 이 녀석에 미치지 못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냥 내가 늙은거지 뭐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되나?

 

 

마지막으로 단체샷을 끝으로 사진 촬영을 마무리하고, 인증센터를 찾아간다. 바로 옆에 인증센터에서 수첩을 보여주더니 국토종주 인증과 낙동강, 한강, 남한강 인증도 같이 해 주었다. 지금은 정책이 바뀌어서 낙동강과 한강 종주 인증을 하려면 안동댐과 충주댐을 들러야하지만, 이 때는 국토종주자를 위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안동댐과 충주댐을 걸러도 인증을 해주었다.

 

 

그토록 그리던 국토종주를 완주하니 기쁜 마음도 크지만,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해운대에 숙소를 잡아 두었기에 일단 숙소로 이동을 한 뒤, 부산에서 무엇을 하고 놀지 결정하기로 하였다.

 

 

태형이형은 외삼촌을 보러 경성대/부경대역으로 갔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해서 시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태형이형의 외삼촌께서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우리도 경성대/부경대역으로 이동하였다.

 

 

여행이 끝나서 그런가? 아니면 맛있는 고기가 앞에 있어서 그런가? 태웅이형의 표정이 무척이나 새침하다. 태형이형의 외삼촌이 사주신 고기를 먹고 나니, 후식으로 회를 먹고 싶었다. 마침 어디서 사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보니 광안리 수변 공원을 추천해주신다.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광어와 갑오징어를 사왔다. 30,000원치를 샀는데 넷이서 간식으로 먹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회를 먹으며 4일동안의 국토종주 이야기를 꽃피우니, 이제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

 

 

4일에 걸친 국토종주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고,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우리는 아무 사고 없이 잘 도착하였다. 태웅이형, 태형이형, 명범이와 함께 했기에 매우 재밌는 국토종주를 할 수 있었다. 미숙한 일정관리, 그리고 무리한 플랜에도 잘 따라준 형들과 명범이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그렇게 하루를 마쳤다.

 

자전거를 바꾸면 또 오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자전거를 바꾼지 1년이 넘었다. 내년 5월에 다시 가봐야 겠다. 그때는 천천히 달려서, 자연을 더 많이 느끼고 돌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