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Day 3 , 구미 - 남지
국토종주 Day 3 , '구미 - 남지'
라이딩 일시 : 2014년 5월 12일
업로드 일시 : 2016년 10월 02일
이동 거리 : 138.51km (구미 - 남지)
평균 속도 : 약 17.15km/h
(셋째 날 로그, 마지막에 걸어서 기록이 좀 깎였지만 둘째 날에 비해서 평속을 3km나 올렸다.)
셋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의 피로가 엄청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간밤에 우리는 흔한 대화 하나 없이 바로 잠들었다. 그새 동이 텄고, 이제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썬크림을 바르며 하루를 준비한다. 아침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편의점에서 라면과 편의점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한다.
구미시의 자전거도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서울 한강 자전거길에 비교하면 조금 밀리지만, 그래도 다른 지방의 자전거도로에 비하면 폭도 넓고 포장도 잘 되있는 편.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강 주변에 사람들이 쉴만한 공원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한 시간 정도를 달려 계속 갈 길을 가다보니 어느새 첫 번째 인증센터가 보인다. 칠곡보에 도착하였다.
(칠곡보에서, 나는 쉴 때마다 핸드폰으로 경로 검색을 했다.)
쉴 때마다 나는 핸드폰 삼매경이었다. 낙동강 자전거 길은 로드 자전거로 가기 힘든 길이 많았기 때문에 우회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루트를 주로 결정하였고, 우리 중 길눈이 밝은 태형이형이 실제로 지도를 보고 길을 안내하였다. 덕분에 생각보다 해메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강정고령보, 강정고령보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부지런히 달리는데, 기분이 축축 쳐진다. 비가 올것 같은 날씨다. 해가 구름에 가려서 안 보이니 얼굴이 덜 탈것 같아서 좋기는 한데, 경치도 좋지 않은데 날씨도 안 좋으니 지루하기만 하다. 강 주변 뿐만 아니라 주변 시골 마을을 통과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곳은 노면도 좋지 않아 괜히 더 힘들어졌다.
(시골 언덕을 오르며, 뚜르 드 프랑스의 한 장면을 따라해 본다. 의외로 멋있다?)
중간에 간식도 사먹고, 물도 보충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려 했으나, 주변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히 낀 낙동강 자전거길은 마치 미로와 같아서 가도 가도 똑같은 느낌의 길이 반복된다. 경치가 조금 괜찮아질 찰나, 나무로 만든 길이 보인다. 나무 데크길을 건너서 조금 가다보니 강정고령보에 도착하였다.
(강정고령보, 날씨가 좋지 않았고, 배도 고파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강정고령보에는 '디 아크'라는 아치형 건물이 유명한데, 날씨도 그렇고 기분도 안 좋아서 그런 게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사진도 찍기 싫어서, 물이랑 초코바로 최소한의 영양 보충만 하고 바로 출발하였다. 12시가 넘은 시간이고, 다음 목적지인 달성보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기 때문에 부지런히 출발하였다.
강정고령보에서 또, 1시간 30분을 부지런히 달리면 달성보가 나온다. 주변 학교에서 소풍을 나와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이 많다. 사투리를 쓰며 지나가는 학생을 보니, '경상도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강정고령보로 가는 길보다는 달성보 가는 길이 조금 낫다. 주변에 풀도 있고, 꽃도 보이니 기분이 다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갑자기 배가 고프다. 그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하게 페달을 밟으니, 어느새 달성보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달성보 인증센터, 달성보 이후부터 본격적인 우회가 시작되니 잘 알아두도록 하자)
달성보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일단 이 곳 인증센터에 붙어 있는 무심사 우회길을 꼭 숙지해두자. 무심사는 높은 경사도를 지닌 언덕과, 비포장 도로가 공존하는 곳이다. 로드 자전거를 탔다면 깔끔하게 우회하도록 하자. 괜히 무리하게 무심사 길로 진행하다가 타이어라도 찢어지면 그 순간 국토종주도 끝이다.
강정고령보와 달리 주변에 식사를 해결할 만한 곳이 좀 있다. 우리는 '전통기사식당'에서 제육볶음과 찌개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역시 고기가 최고지!) 식사를 하면서 물도 채우고, 중간에 먹을 초코바도 구매하였다. 물론, 계속 가다보면 현풍 산업단지에도 간식을 보층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무심사 우회길, 오르막길 같지만 사실은 평지니 오해하지 말자)
우리는 무심사 우회길을 선택하여, 현풍 산업단지를 거쳐서 합천창녕보로 가기로 했다. 달성보 이후 초반 3km는 도로를 지나가는 트럭의 압박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약 3km만 버텨 산업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매우 넓은 산업 도로를 지나가므로 더 이상 트럭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마침 산업단지가 조성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 포장 상태가 매우 좋다. 아주 빠른 속도로 현풍면을 지나 합천창녕보에 도착하니, 예상 도착 시간인 오후 5시보다 1시간이나 빠르게 도착하였다.
(비 오는 합천창녕보, 여전히 날씨는 안 좋다.)
합천창녕보에서 우리는 이후 일정을 논의하였다, 우리의 선택은 2가지가 있었다. 30분을 더 가서 나오는 적교장 모텔에서 숙박할 것인가, 아니면 30km를 더 가서 창녕군 남지읍에서 숙소를 정할 것인가. 약간의 회의 끝에, 4시라는 시간은 우리가 자전거를 그만 타기에는 너무 아쉬운 시간이란 결론이 났고, 남지읍을 최종 목적지로 결정하였다.
(비 옷 삼총사, 피곤한 명범이, 그리고 이상한 나, 닌자 태형이형)
비가 더 많이 올 것 같아서 우비를 샀는데, 10분 지나니 비가 그쳤다. 환불도 못하고 아까운 돈을 날려버렸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어찌하리.
10km정도 가면 적포교가 나오는데, 이 곳 역시 중요한 갈림길이다. 여기서 적표교를 건너 자전거길의 안내대로 따라가면 많은 국토종주 라이더를 끌바로 이끄는 박진고개, 영아지고개를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굳이 박진고개와 영아지고개의 드높은 명성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적포교를 건너지 않고 우회로(20번 국도 - 1008 지방도 - 1021번 지방도)를 선택하였다. (적포교를 건너서 79번 국도 - 1021번 지방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회로에도 언덕이 없지는 않다만, 박진고개나 영아지고개보다는 훨씬 쉽다.)
열심히 우회로를 타니 기분이 좋다. 여기는 차가 거의 통행하지 않는 곳이다. 20번 국도는 차가 조금 있지만, 도로가 왕복 4차선이니 괜찮다. 1008번, 1021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거의 차가 없다. 지나가는 차들도 경적을 울리며 조심스레 우리를 배려해준다. 그리고 좌우로 보이는 산, 비가 그치고 다시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니 페달을 밟을 맛이 난다.
(3일차라 여유가 넘친다, 아 그리고 얼굴이 많이 타버렸다.)
다시 박진교를 건너 낙동강 자전거길에 합류한다. 남지까지는 약 15km쯤 남았나? 시계를 보니 6시 20분, 1시간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남지에 도착할 수 있다. 아, 오늘도 끝났구나. 첫날에는 10시가 다 되서 도착하였고, 둘째날도 9시가 다 되서 도착했는데, 오늘은 8시가 안 되서 도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의 휴식, 여기서도 나는 경로 탐색을 하고 있다.)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해가 비치기 시작한다.)
다시 출발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으려고 하는데, 태웅이형이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한다. 한쪽 무릎이 너무 아프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급한대로 태웅이형의 짐을 나눠서 들기로 했다. 짐을 나눠서 들긴 했는데,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는 않는 모양이다. '파스나 진통제를 준비해왔어야 하는데' 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남지읍 도착, 낮익은 친구의 이름이 보인다.)
결국, 마지막 10km는 거의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이동하였다. 오르막이 나오면 무조건 자전거를 끌었다. 내리막이 나오면 그제서야 자전거에 탑승하였다. 우리는 자전거에서 내리는 것을 매우 싫어했는데, 태웅이형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갑자기 절대 안 그럴거 같던 태형이형이 자전거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와 명범이도 함께 내려서 자전거를 끌기 시작했고, 아픈 태웅이형을 대신해 형의 자전거도 같이 끌어주었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였지만 어쨌든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사실 아주 피곤했는데, 곧 나올 햄버거를 생각하니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자세도 경건하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햄버거로 정했다. 마침 며칠 전 남지에 롯데리아가 생겼다고 한다. 참 좋은 타이밍에 생긴 롯데리아에 고마워하며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본다. 흠, 롯데리아가 없다고 한다. 분명 있다는 글을 봤었는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롯데리아 홈페이지를 들어가 주소를 알아낸 뒤, 지도에 입력하여 찾아갔다.
(큰 콜라를 보니 더욱 행복했다, 친구야 잘 먹었어!)
제주도로 도망간 친구 안민규가 생일이라고 햄버거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다. 서울에서는 롯데리아를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언제 쓰나 했는데, 여기서 쓰게 되다니, 이 자리를 빌어 맛있는 저녁을 제공해 준 안민규에게 감사를 표한다.
오랜만에 라이딩이 일찍 끝나니, 그냥 자기 아쉬워 치킨을 시켰다.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여기까지 온 우리들을 서로 칭찬하고 지난 라이딩을 이야기하니, 시간이 금새 지나 어느새 잘 시간이 됬다. 이렇게 셋째 날도 무사히 끝났다. 내일이면 벌써 국토종주도 끝났다. 3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