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Day 2, 수안보 - 구미
국토종주 Day 2 , '수안보 - 구미'
라이딩 일시 : 2014년 5월 13일
업로드 일시 : 2016년 9월 20일 / 2017년 8월 25일 개정
이동 거리 : 137.66km (수안보 - 구미, Endomondo 기준)
평균 속도 : 14.42 km/h
(둘째 날 로그, 첫째날은 저장 실수로 인해서 날려먹었다. 536m의 이화령이 포인트)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평탄한 평지구간을 벗어나 첫 번째 언덕을 만나는 날이다. 전날 자전거를 타며 하루종일 이화령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다. 우리가 잘 넘을 수 있을까. 6km나 되는 언덕을 무정차로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괜히 염려만 커졌다.
시내 라이딩이라면 맥모닝으로 아침을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오늘은 가야할 길이 매우 높고 멀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밥을 먹고 썬크림도 바르며 준비하다보니 거의 9시 30분이 다 되어 출발하였다.
수안보를 벗어나고, 조금 달리다 보니 작은 언덕이 보인다. 무엇인가 심상치 않다. 생각보다 긴 언덕이 계속된다. 그래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흠, 이화령도 별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언덕은 무엇인가 하는 궁금증을 안고 계속 올라가 본다. 다 올라가보니, 소조령이라는 안내 간판이 있다. 아, 이화령 전에 작은 언덕이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여기였구나.
(여기가 이화령입니까? 아니 소조령이다 이 멍충아)
(웃으면서 올라오는 명범이, 하루만에 적응이 끝난것 같다. 이 녀석, 대단하다)
(정상에서의 물 한 모금은 언제나 맛있다. 물론, 물이 맛있어서 그런건 아니다.)
소조령을 오르는 페이스를 보니 이화령은 가뿐할 것 같다. 갑자기 모든 일행들이 뿌듯해한다. 이화령 금방 넘겠구만 하면서 웃으며 다시 라이딩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바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흠, 내리막이라 좋기야 하다만, 이럴꺼면 처음부터 올라가지 말 것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리는 계속 이화령을 향해 전진했다. 계속가니 연풍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서는 오천 자전거 길과의 갈림길이 보인다. 계속 직진하면 오천 자전거길이 시작되고, 좌회전 하면 이화령 옛길로 들어갈 수 있다.
(행촌 교차로, 드디어 눈 앞에 닥친 현실)
쉴 타이밍이 아니지만, 행촌 교차로 인증센터에서 잠깐 쉬었다가 출발한다. 처음은 여유롭다. 첫 번째 코너를 보니 생각보다 완만하다. 흠, 겁먹지 말자. 그리고 힘을 아껴서 첫 코너를 돈다. 고개를 들어서 앞을 바라본다. 엄청나게 높은 언덕이 눈에 보인다. (!!!) 분명히 첫 번째 코너에서 봤던 언덕은 완만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는 이 코너 이름을 '아닌데 코너' 지었다. 정말 할만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몸이 비교적 가벼운 나와 태형이형이 앞서간다. 태웅이형과 명범이가 상대적으로 뒤쳐졌지만 괜찮다. 언덕길을 오를 때는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다. 무리해서 다른 사람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우리는 한 일행이고 정상에서 다시 만날 것이니까. 중간에 몇 사람을 추월하였다. 외국인이 보인다.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힘들어서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반쯤 올라왔을까. MTB를 탄 할아버지를 추월하는데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하신다. "학생, 자전거가 좋아 보인다. 바꿀까?" 흠, 할아버지의 자전거를 자세히 본다. 흠 우리 둘의 자전거를 합친 것보다도 비싼 자전거다. (ㅋㅋㅋ) 그래서 나도 응수한다. "아, 좋은 제안입니다. 바꾸시죠?" 갑자기 할아버지가 아무 말 안하신다.
실없는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어느정도 어려운 길은 지나갔나 보다. 남은 힘을 모아 태형이 형을 역전하고 1등을 노려볼라고 하는 찰나, 갑자기 경사가 심해진다. 다시 힘들어졌다. 결국 겸손하게 태형이 형의 뒤에 얌전히 붙어서 이화령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니 음료 자판기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뽑아 먹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잠깐 쉬니,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국토종주 라이더를 수호하는 땅박신의 가호를 발견하였다.)
(저 아래 큰 길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라왔다. 아, 뿌듯하다.)
꽤나 긴 거리 (약 6km)지만 그래도 오를만 하다. 물론 처음과 끝이 조금 힘들긴 하다. 5분 후에 명범이가 환호와 함께 올라온다. 무정차에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이다. 5분 뒤에 태웅이형이 올라온다, 형도 역시 무정차에 성공하였다. 모두가 잘 올라오니 기분도 좋다. 무정차를 자축하며 기념촬영을 하였다.
(1등은 다드림 교회 굇수 태형이형이 차지하였다.)
(아 얍삽하게 1등을 차지하려고 태형이 형 등 뒤에서 체력을 아꼈으나 실패한 내가 2등)
(마지막으로 올라온 태웅이 형, 고생하셨습니다!)
(단체사진, 이렇게 보니 명범이 단독샷이 없다. 명범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ㅜㅜ)
(점프, 점프, 점프!)
쉴만큼 쉬었으니, 내려갔다. 오르막은 짧았지만, 내리막은 꽤 길다. 7km 정도 내리막을 내려가니 힘들게 오른 오르막을 모두 보상 받는 기분이다. 태웅이형이 정말 쏜살같이 내려간다. 얼추 봐도 50km에 근접해보이는데,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내려왔다. 긴 내리막을 끝내고, 문경에 진입하니 고풍스런 문이 우리를 반겨준다.
(예전에 과거시험을 치던 선비님들이 지나갔던 길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는 도로를 끼고 달린다. 물론 차량이 별로 없어서 어렵지 않다. 내리막 후 1시간 정도 가면 문경 불정역 인증센터가 나온다. 예전에는 역으로 이용했던 곳인데, 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주변에 음식점을 찾았으나, 별로 없다. 벌써 1시가 다 됬는데, 점심을 못 먹어서 큰일이다. 일행들과 상의 끝에 1시간 정도 더 가보기로 하고, 없으면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먹기로 결정하였다.
(문경불정역 인증센터, 주변에 먹거리가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30분정도 더 가니, 평탄하고 아주 넓은 도로가 나온다. 누구도 신호를 보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가속을 시작한다. 이 사람들 분명 배가 많이 고픈 사람들인데, 이런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지? 뭐, 어쩔 수 없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가속이다. 다들 마치 싸이버 포뮬러의 부스터 모드처럼 뛰쳐나간다.
(저 멀리 태웅이 형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을 보니 태웅이형이 먼저 시작한 것 같다.)
(아직까지는 평화롭다.)
(갑자기 명범이가 튀어 나간다, 평화로운 라이딩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다.)
(태형이형이 굇수가 웃으면서 경주에 참여한다, 순식간에 명범이를 제친다.)
(태웅이형을 역전한 굇수, 이쯤 되면 무섭다.)
(모든 상황을 마무리하며, 자축 세레모니까지 펼친다.)
(뒤를 쳐다보는 승자의 여유까지! 아 진짜 짜증나)
(이 경주의 주동자는 말이 없다. 분명 아프다고 하며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
경주가 끝나니 배가 매우 고프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문경(점촌) 시내가 있다. 무엇을 먹을까 하니 중국 음식을 먹기로 한다. 보통은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지만, 면은 소화가 빨리 된다. 다들 짜장밥을 시킨다. 밥을 먹고 다시 썬크림도 바르고, 물도 새로 채운다. 오늘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늦은 점심, 그래서 더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문경 시내를 벗어나 상주로 진입한다. 상주는 예전에 학교를 같이 다녔던 다정누나의 고향이다. 여기를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자전거의 도시를 강조하는 간판들이 매우 많았으나, 경치가 그리 아름답지 않았고, 자전거 길이 많이 돌아가는 구조여서, 오히려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데, 상주가 끝나지 않는다. 꾸역 꾸역 지나가니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가 나온다. 남쪽으로 오니 날씨가 거의 30도가 다 되서, 매우 더운데, 상주상풍교 인증센터에는 아무런 보급처가 없다.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에서, 드디어 낙동강에 도달하였다.)
상주 상풍교 인증센터를 기준으로, 드디어 새재 자전거길이 끝난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낙동강 자전거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국토종주 중 첫 번째 경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상주 상풍교를 건너면 경사도 22%의 매협재를 우회할 수 있다. 보통 로드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 최대 경사도가 15% 정도기 때문에, 우리는 상주 상풍교를 건너 매협재를 우회하기로 하였다.
(상주 자전거 박물관을 지나, 경천섬에 도착하였다.)
매협재를 우회하고, 경천섬에 도착하였다. 이 때가 4시,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부지런히 밟아서 갈 길을 가야하지만, 풍경이 매우 예쁘다. 이런 길을 두고 어찌 그냥 갈 수 있나. 그래서 사진 한 장씩 찍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낙단보, 구미보를 지나서 구미시에서 숙소를 구했지만, 경천섬 주변의 숙소에서 숙박하고 일정을 하루 더 추가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듯 싶다.
(날씨가 좋다. 물론 하늘이 맑아서 좋긴 했지만, 꽤 더웠다.)
다시 갈 길을 출발한다. 시간은 없는데, 자꾸 귀찮게 구불구불한 산길과 낙타등이 나온다. 이런 낙타등과 같은 지형이 체력소모가 큰 지형이다. 1시간 20분 정도 쉼없이 달렸더니, 낙단보 인증센터가 나온다.
(아 낙타등이 너무 많다. 힘들다, 연기력이 참 부족하다.)
낙단보는, 4대강의 여러 보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볼만한 형상이다. 시간을 보니 5시 20분이다. 가기도 애매하고, 안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해는 7시가 넘어서 질텐데. 아직 1시간 40분이 남았으니, 구미시에 가서 숙소를 잡자고 건의해 본다. 다행히 다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낙단보, 이때만 해도 녹조가 없던 것 같은데 ...)
역시 남자는 GO!!를 외치며, 구미보로 호기롭게 출발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제와 마찬가지로 큰 악수가 되었다. 낙동강은 평탄하지만 노면이 시멘트길이라 별로 좋지 않았다. 갑자기 명범이의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말이 없어졌다. 1시간을 달렸는데, 구미보가 보이지 않는다. 7시에야 구미보에 도착하였다.
(구미보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구미시까지 1시간은 더 가야하니, 시간이 늦으면 낙단보에서 숙소를 잡도록 하자.)
구미보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아보니 최소한 1시간은 더 가야 잘만한 곳이 있다. 매점도 없고, 큰일이 났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다시 출발한다. 다행히 구미시로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보이고,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1시간 30분이 지난 8시 30분에야, 남구미대교 부근에 있는 리버모텔을 숙소로 결정하였다. 현금으로 협상에 돌입했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완강하다. 다른 숙소를 찾아가기에는 일행들이 너무 지쳤다. 결국 거금 50,000원을 내고 방을 잡는다.
숙소에 올라가니 명범이가 바로 눕는다. 많이 힘들었나보다.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자기는 못 먹겠다고 한다.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형들이 괜찮다고 위로해준다. 명범이도 괜찮다고 해준다.
저녁을 먹고 오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 본다.